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ompliance Program) 법제화 시대를 맞아 기업들의 공정거래 실천을 위한 노력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CP 관련 기업 전문가들은 26일 한 자리에 모여 공정거래 실천 의지를 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공정거래조정원과 함께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CP 법제화의 의미를 되새기고 개정 법령에 따른 법제화 내용, 우수기업의 모범사례를 통해 공정거래 자율준수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마련됐다.
2001년부터 민간 주도로 도입되기 시작한 CP는 법적 근거, 평가 기준 및 절차, 우수기업에 대한 혜택 부여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개정 공정거래법이 이달 시행됨에 따라 도입 약 23년 만에 법제화됐다.
이날 참석한 남동일 공정위 사무처장은 “CP 법제화 시행으로 공정거래 자율준수 문화 정착·확산의 기본 토대가 마련됐다”며 “CP 운영 내실화를 위해 평가 및 혜택 부여 등의 제반 절차를 객관적이고 엄정하게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P는 기업 스스로 공정거래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운영하는 교육·감독 등의 프로그램을 뜻한다. 공정위는 지난해 6월 공정거래법을 개정했고, 최근 과징금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기존 고시 또는 예규로 규정됐던 CP가 법적 근거를 가지게 되면서 기업들의 공정거래 관련 법규 준수 노력도 한층 강화됐다.
개정안에는 구체적인 감경 기준을 설정하는 동시에 공정거래법 위반사업자가 공정위의 조사·심의과정에 적극 협조할 경우 적용되는 협조 감경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담겼다.
이날 행사에는 CP 운영 우수기업들이 자사 모범사례를 소개하고 효과적인 CP 운영을 위한 방안 등을 공유했다. 주식회사 엔투비는 CP 운영 기준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 일환으로 엔투비는 △ 자율준수편람 모바일앱 제작 △ 사내 공정거래 관련 신고센터 운영 △ 자율준수관리자 직원 소통 간담회 △ CP 전용 예산 수립 등을 진행하고 있다.
엔투비 관계자는 “CP 운영과 관련해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을까 고민해 왔다”면서 “CP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전임직원의 공정거래 자율준수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리스크 개선을 위한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정거래 자율준수 문화 내재화를 통해 내·외부 이해관계자 간 신뢰도가 향상됐고, 대외 공정거래 이미지가 제고돼는 효과를 봤다”고 전했다.
특히 CP 예산은 매년 전용 예산 계획을 수립해, CEO의 승인 이후 예산 편성을 하고 있다. 엔투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CP 전용 예산 집행률은 94%이며, CP를 고도화해 매년 예산을 늘리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동화약품도 공정거래 법규 해설서인 자율준수편람을 매년 발행하고 있다. 자율준수편람에는 공정거래관련 법령을 이해하기 쉽게 규정에 대한 해석, 법령 규제 이유 등도 수록했다. 또 CP 운영 규정에 맞게 매월 변경사항을 검토하고 변경 사항이 있을 시 이를 편람에 반영하도록 했다. 아울러 법 위반 가능성이 높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사전 예방 차원에서 정기적인 CP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주식회사 DL그룹은 사업 형태와 규모를 고려한 준법 경영 시스템을 구축했다. DL 관계자는 “ISO 인증을 받은 준법 경영 시스템을 기준으로 CP 운영 체계를 설계했다”며 “사업부에 따라 내부회계관리제도·고용노동·상생협력 등 별도 프로그램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DL은 지주사 차원의 다양한 사전 협의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전 계열사 대상으로 지주사 법준수 프로세스와 기업집단 규제정책 관리, 공시 리딩회사 제도, CP 운영 평가 제도 등을 주도해 운영 중이다. DL 관계자는 “기업집단 의무사항을 활용해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미흡한 부분은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CP 전문가와 기업 및 공공기관의 CP 담당자, 유관기관 관계자 등 약 130명이 참석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 자율준수 문화가 시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CP 운영기업에 대한 지원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