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심 지역 내에서 말라리아에 감염된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경기·인천·강원 지역을 방문한 적 없는 데도 서울에서 말라리아 매개 모기에 물린 경우도 나와 주의가 필요하다.
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말라리아 위험 지역에 서울시가 처음 포함됐다. 감염 추정 지역이 경기, 인천, 강원에서 이젠 서울까지 확대된 것이다. 서울시 강동구, 강북구, 강서구, 광진구, 구로구, 노원구, 도봉구, 마포구, 성북구, 양천구, 은평구, 종로구, 중랑구 등 13곳이 위험 지역으로 지정됐다.
서울 지역 감염 환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6월8일 기준 올해 국내 말라리아 감염자는 101명인데, 이 중에서 13.4%는 서울에 주소지를 둔 환자다. 경기(59.4%), 인천(16.3%)에 이어 3번째로 많았다. 강원(3.3%)보다 감염 환자 발생이 더 많았다.
김종희 질병관리청 인수공통감염병관리과장은 “서울에 주소지를 둔 감염 환자가 증가해 올해 처음으로 위험 지역으로 지정됐다”며 “서울에서도 모기에 물려 감염되는 경우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기준을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감염 환자 대부분은 인천·경기·강원 지역에 여행을 갔다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짚었다.
그러나 캠핑이나 여행을 가지 않았는데 서울 한복판에서 말라리아에 감염된 사례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에 따르면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서울 금천구 거주자가 말라리아에 감염됐다.
이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역학조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서울 지역 외에는 방문한 곳이 없었다. 서울 도심 내에서 말라리아에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며 “금천구, 구로구, 양천구에 안양천변이 있는데, 그 부근에 말라리아 모기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이 위험 지역에 포함되며 말라리아 진단은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 교수는 “그간 말라리아 의심 증상이 있는데 경기, 인천, 강원 등을 방문한 적 없다고 밝혀 엉뚱한 검사만 하며 시간을 끄는 사례도 많았다”면서 “4~5년 전부터 임상 현장에선 서울 안에서도 말라리아 감염이 발생한다고 판단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말라리아 매개 모기가 북한 지역에서 서울까지 넘어온 것으로 추정했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과 석좌교수는 “말라리아 모기는 다른 모기에 비해 활동 반경이 크다. 10㎞ 이내는 충분히 날아가고, 바람이 불면 100㎞ 넘게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며 “북한에서 넘어온 모기가 서울 북부 지역까지 날아갈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젠 서울도 안심할 수 없다”며 “7월부턴 말라리아 모기가 많이 나오기 시작해 환자 수가 늘어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예방 백신이 없기 때문에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예방법이다. 이동규 교수는 “말라리아 매개 모기가 활동하는 밤 10시에서 새벽 4시에는 야외 활동을 줄이고, 외출 시 밝은색의 긴 옷을 입는 것이 좋다. 노출된 피부에는 기피제를 뿌리는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말라리아는 대부분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암컷 얼룩날개모기에 물려 감염된다. 원충은 간을 거쳐 혈액 속 적혈구에 침입해 증식하며 오한, 두통, 발열, 구역 등 증상을 일으킨다. 또 발열기가 3~6시간 이상 지속된 뒤 땀을 흘리는 발한기가 이어진다. 하루 걸러 발열이 발생할 경우 의심할 필요가 있다. 조기 항말라리아 치료제를 복용하면 대부분 완치된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