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귄 있고 낫낫해”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인요한 의원은 지난 22대 총선 때 인연을 맺은 한동훈 후보 대신 원희룡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나선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귄 있다’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낫낫하다’는 ‘상냥하고 붙임성이 있다’라는 의미의 서남 방언으로 인 의원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는 사투리를 써가며 원 후보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정치가 실종됐다고 여겨지는 현재 정치 상황에서 시늉만 내는 정치가 아닌 진짜 ‘정치’를 할 수 있는 정치인이라고 강조했다. 영락없는 ‘푸른 눈의 외국인’의 외모를 지녔지만 영혼은 호남, 국적은 대한민국임을 강조하면서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지닌 원 후보가 당 대표가 돼야만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당의 단합을 이끌고, 원활하면서도 건전한 당정관계를 만들 수 있는 적임자는 원 후보라는 점도 빠짐없이 언급했다.
특히 지난주 보수의 텃밭이자 성지로 불리는 영남 지역을 찾았을 당시 현장의 이야기를 전하며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예의와 의리를 중시해온 영남 지역 특성상 ‘하극상’의 모습은 쉽사리 용인되기 어렵다면서 한 후보를 의심하는 눈초리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밀고 있는 ‘채상병 특검법’을 전면 반대하기보다 ‘제3자 특검 추천’ 등 조건부 찬성을 주장하는 한 후보의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특히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과 대립하고, 탄핵 찬성까지 한 유승민 전 의원의 사례가 있는 만큼 ‘배신의 정치’는 또다시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봤다.
‘반한연대’로 묶이는 원희룡 후보와 나경원 후보 간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같은 당 소속으로 많은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임을 전하며 서로 ‘열린 마음’으로 가지고 선거를 치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든 계속해 나 후보를 향해 부름 시도를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인 의원은 솔직하고 직선적인 대통령의 성격이 야당에게 공격의 빌미를 주고 있는 듯하다며 여당 정치인들이 대통령의 생각과 진심을 잘 홍보하고 전달한다면 지지율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호남 출신인 만큼 민주당 의원들과도 개인적 친분과 인연도 강조했다. 박지원·김민석 의원과 알고 지낸 지 오래됐다고 했으며, 과거 꽤 괜찮고 멋진 정당이었던 민주당이 이재명 1인 지도체제로 변질돼 ‘당의 아버지’를 모시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9일 강민구 민주당 최고위원이 당 최고위에서 이재명 전 대표를 향해 ‘민주당 아버지’라고 한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민주당에 대해서는 복합적인 감정을 드러냈다.
끝으로 인 의원은 그에게 정치는 ‘대한민국에 대한 보답’이라고 정의했다. 130년 전 선대가 대한민국 땅을 밟은 이후 4대째 이 땅에서 살면서 정말 많은 선물을 받았고 이를 갚아나가는 게 그에게 정치적 의미라는 것이다. 특히 지난 33년은 의사로 사람을 살리는 데 역점을 뒀다면 이제는 국회의원으로 한국 정치를 살리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인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정리한 일문일답.
-영남 방문 후 분위기 바뀌었다고 발언했다. 실제 무슨 말을 들었나
▷대구·경북, 경남을 가서 당원들을 많이 만났다. 가장 먼저 많이 나오는 게 ‘당신들이 꼭 (당 지도부로) 가야한다’는 당부의 말이었다. 절박한 표정으로 ‘가서 나라를 구해 달라’고 호소하더라. ‘채상병 특검’을 받겠다는 한동훈 후보를 거론하면서 ‘뭐하는 짓거리냐’면서 화내는 분들도 계셨다. 대구경북은 예로부터 예의와 의리를 천금같이 중시하는 지역이다. 대통령의 수사 먼저 원칙 천명에도 불구하고 채상병 특검법을 조건부지만 받겠다는 모습에 분노하고 있었다. 분명 바람이 바뀌고 있다.
-초선이지만 혁신위원장을 지냈다. 그에 대한 언급은 없었나
▷정말 감사하게도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계셨다. 어느 한 노년 신사분이 오셔서 ‘혁신위원장 하실 때 참 신선하고 좋았다. 떠나고 나니 (당의) 혁신이 주춤했다. 다시 돌아왔으니 (혁신을) 좀 해달라’고 말씀하시더라. 호남에서는 인지도가 꽤 높지만 영남에서는 잘 모르실 줄 알았는데 알아봐 주시니 좋았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된 만큼 당에서 ‘혁신’을 계속 말하겠다.
-22대 총선을 함께 치른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아닌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의 러닝메이트로 나섰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원 후보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다. 혁신위원장 시절 험지 출마 요구에 원 후보가 어렵지만 응해줬다. 이번에는 그 원 후보가 여러 차례 러닝메이트로 뛰어달라고 청해왔는데 어떻게 의리를 안 지키겠나. 앞서 의리를 중시한 영남을 얘기했는데 나도 의리와 신의를 지키고자 나온 것이다.
또 원 후보가 당을 살릴 인물이라는 점에서 당선시키고자 나왔다. 원 후보는 경청하고 함께 고민하는 진짜 정치인이다. 예를 하나 들면 어느 날인가 행사장에서 원 후보가 축하의 말을 길게 한 것을 보고 ‘참 주옥같은 말씀인데 너무 깁니다. 앞으로는 함축해 합시다’라고 했더니 바로 ‘맞아요, 형님 그게 제가 참 고쳐야 되는 점입니다. 많이 도와주십시오’ 이랬다. 자신을 지적하는 말이니 불편할 수 있는데 옳고 그름을 떠나 진심으로 듣고 또 인정하는 게 참 용기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자신감 있고 자존감이 튼튼한 사람이다. 또 유약하지 않은 ‘잡초파’다. 전라도 말로 귄 있고 낫낫하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 후보가 많이 앞서는데
▷당원에 초점을 맞춰 조사한 게 아니라 일반인 대상 조사이니 완벽하지는 않다. 당원은 일반 국민과는 조금 다르다. 당원들은 훨씬 더 맥을 잘 잡고 알고 있다. 당원만 따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면 모르지만 지금 나올 게 최종 결과는 아니다. 앞서 말했지만 변화의 바람은 분명히 불고 있다.
-기대됐던 나경원 후보와 단일화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인데
▷나 의원에게 사흘 전인가 전화해 ‘우리 좀 도와줘요’라고 했더니 ‘깔깔깔’ 웃더라. 지금 합쳐달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시기상조다. 나 후보와 워낙 친하다. 형제자매처럼 한 10년 지내 와서 편안한 사이다. 그제는 식당에서 만났다. 사람들이 많아 말을 건네기 그래서 경례를 했더니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다 웃더라. 나 후보는 경쟁자면서도 함께 잔치를 치르는 사이다. 공감대가 있다. 그런 점에서 (나 후보는) 한 후보와는 다르다. 다만 나 후보에게 계속 ‘부름’ 시도를 해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이 횡보하고 있다. 해법은 없나
▷대통령은 본인이 가진 국정철학과 소신이 확고하다고 생각하면. 지나치게 솔직하고 직선적인 성격이다. 전라도 사투리로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성격’이다. 이러한 성격이 야당에 공격의 빌미를 주는 것 같다. 이를 여당 정치인들이 잘 홍보하고 전달해 소통해 잘 풀어나가 줬으면 한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알려졌다. 또 호남 출신인데 민주당 아닌 국민의힘에서 정치를 시작한 이유는
▷민주당도 김대중 대통령 때까지 괜찮은 정당이었다. 지금은 180도 바뀌어 1인지도체제로로 바뀌었다. 최고위원이 당대표를 ‘당의 아버지’로 모시고 있다. 특검이라는 단어가 입에 붙어서 개원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수많은 특검법이 발의됐다.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못 받아서 생긴 문제라 나부터 책임감이 들고 국민께 면목이 없다. 조금이라도 협치하고 소통이 회복되는 국회로 만들었으면 한다.
-친한 민주당 의원이 있다면
▷옆방의 박지원 의원과 오랜 친분이 있다. 김민석 의원과도 친하다. 그 외 많은 민주당 의원들과 인연이 있다.
-인요한에게 정치란 무엇인가
▷대한민국에 대한 보답이다. 우리 조상이 130년 전에 한국 땅을 밟은 이후, 4대째 한국에서 살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정말 많은 선물을 받았다. 지난 33년 동안 의사로 살면서 사람을 살리는데 인생을 바쳤다. 이제는 국회의원이 됐고 앞으로는 국민의힘 최고위원 되어 갚아나가고자 한다. 남은 3년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