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국면에서 홍역을 치른 울산이 이번에는 갑작스러운 뒤통수를 맞고 분개하고 있다. 울산 HD 팬들은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K리그1 울산 HD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성명을 내고 “협회는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 팬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해결 방법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표류하다가 결국 다시 ‘K리그 감독 돌려막기’라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대한축구협회 결정은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 팬들의 염원을 무시한 선택”이라며 “우리는 축구 팬들에게 다시 큰 상처를 입힌 이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대한축구협회의 비극적 선택의 결말은 실패임이 자명”할 것이라고 꼬집으면서 “결과를 거둔다 해도 그건 협회 공이 아닌 울산 HD를 포함한 K리그 팬들의 일방적 희생의 대가”라고 규탄했다.
이에 대해 KFA 부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한국 축구 ‘레전드’ 이영표 해설위원은 KBS와 인터뷰에서 “K리그 팬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결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오는 10일 울산-광주FC전에서 대대적인 시위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처용전사 관계자는 “국가대표 홍명보 감독님, 수요일에 두고 봅시다”라고 선전고포 하는 등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있다.
지난 7일 대한축구협회(KFA)는 홍명보 울산 HD 감독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됐다고 밝혔다. 감독 선임과 관련된 전권을 위임받은 이임생 KFA 기술총괄이사는 지난 5일 밤 11시 홍 감독 자택을 전격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고초려’에 비견된 KFA 측의 제안에 홍 감독은 결국 울산을 떠나 대표팀 지휘봉을 맡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KFA 측이 밝힌 홍 감독 선임 사유는 △빌드업 등 전술적 측면 △원팀을 만드는 리더십 △연령별 대표팀과 연속성 △감독으로서 성과 △현재 촉박한 대표팀 일정 △대표팀 지도 경험 △외국 지도자의 철학을 입힐 시간적 여유의 부족 △외국 지도자의 국내 체류 문제 등 8가지다.
한편 10년 만에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된 홍 감독은 2020년 12월부터 이끌어온 울산을 떠난다. 홍 감독은 울산 HD를 정상에 올려놓는 등 홈 팬들로부터 응원을 받고 있었다.
이에 대해 이임생 이사는 “홍 감독이 울산을 계속 이끌어가는 건 어려울 것 같다”며 “K리그와 울산 팬들께는 시즌 중 클럽을 떠나게 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