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은 365일 일할 수 밖에 없는 구조에요. 최저임금 더 오른다면 정말 막막하죠.”
10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서 만난 50대 편의점 점주 A씨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담이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논의가 이날 본격 시작된 가운데, 편의점 점주들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편의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을 넘어설 경우 운영 부담이 가중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9차 전원회의에서는 내년 최저임금에 대한 경영계와 노동계의 최초 요구안을 제시했다. 내년 최저임금 액수로 노동계는 1만2600원으로 인상을, 경영계는 9860원 동결을 요구했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은 전년보다 2.5% 오른 9860원이다. 올해 대비 1.4%(140원)만 올라도 내년 최저임금은 처음 1만원을 넘게 된다. 노사 간 최초 요구안 사이 격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논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최저임금 구분 적용도 노동계의 반대로 무산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7차 전원회의를 열고 업종별 구분적용 여부를 표결에 부쳤다. 결과는 찬성 11명, 반대 15명, 기권 1명으로 최종 부결됐다.
이에 1989년부터 올해까지 36년간 유지된 ‘단일 최저임금 체제’가 내년까지 이어지게 됐다. 최저임금제도가 처음 시행됐던 1988년을 제외하고 1989년부터 구분 적용된 적은 없다.
소상공인들 사이에선 반발의 목소리가 거세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장은 “최저임금법 자체가 불공정하다. 사용자와 노동자 대표는 의미가 없고 사실상 공익위원이 정하는 것”이라며 “정확한 데이터와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저임금이 워낙 낮아 노동 착취 등 피해를 본 시기에는 정부가 나서서 보호하는 게 맞았다”며 “현재 임금이 최고치인데 정부가 개입해 과도하게 문제 삼는 건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최임위는 오는 11일 10차 회의를 예고했다. 11일 오후까지 합의하지 못하면 12일 전원회의 개최 가능성이 거론된다. 경영계와 노동계의 간극이 큰 만큼 최저임금 수준은 표결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을 것으로 점쳐지면서 점주들의 걱정도 태산이다. 폐업 위기에 내몰린 만큼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인건비 부담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점주 A씨는 “주말에는 오후 2시부터 9시까지 알바생을 고용하고, 나머지 시간은 저랑 부인 둘이서 다 한다. 주휴수당까지 합치면 시급이 1시간에 만원이 넘는데 실질적으로 편의점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13년째 한 자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1년 365일 하루에 13시간씩 근무를 선다. 명절이나 생일, 크리스마스도 없다”면서 “주말 야간 알바를 찾고 있는데 일할 사람이 없다. 채용알바 사이트에 공고를 올린지 2달이 넘었는데 지원자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주휴수당을 피하기 위해 일주일 15시간 이하로 근무가 가능한 사람을 뽑으려 하는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오피스 건물에 자리한 A씨의 점포 하루 평균 매출액은 190만원 정도다. A씨는 “편의점 시장은 포화 상태다. 매출도 줄어든 상태에서 인건비 부담까지 겹치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며 “무인점포로 돌리고 싶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아 직접 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편의점 수는 갈수록 느는 추세지만 매출액은 반대로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4만1394개였던 편의점 가맹점 수는 2022년 5만3815개로 30% 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가맹점 점포당 매출은 2019년 56억400만원 수준에서 2022년 49억9500만원으로 11% 가량 감소했다.
알바생 대신 점주나 가족이 직접 운영하는 경우도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4.7명이었던 편의점 가맹점당 종사자 수는 2022년 3.7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해당 기간 시간당 최저임금은 8350원에서 9160원으로 9.7% 올랐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