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두고 의료계 미묘한 기류 변화…이번엔 제정될까  

‘간호법’ 두고 의료계 미묘한 기류 변화…이번엔 제정될까  

尹 거부권으로 폐기된 간호법, 여야 잇따라 발의
여당안, 간무사 학력제한 폐지-야당안, 의료기사 업무 제외
약사들은 수정 요구…“투약 포함된 간호법, 약사 업무와 중첩”

기사승인 2024-07-10 11:00:06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안 제정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간호법이 22대 국회에선 통과될지 관심이다.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간호법 제정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여야가 잇따라 내놓은 법안에는 그간 반대 의사를 표명하던 다른 보건의료 직역의 요구안도 포함돼 있어 법제화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1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간호법 제정안은 3건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강선우 의원안과 이수진 의원안이 있다. 이수진 의원안의 공동 제안자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포함돼 있다. 국민의힘에선 추경호 원내대표가 대표발의자로 나섰는데, 여기엔 여당 소속 의원 108명 전원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힘이 발의한 간호법의 법안명은 ‘간호사 등에 관한 법률안’, 민주당은 ‘간호법안’이다. 두 법안 모두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시하고 처우 개선을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여야가 모두 간호법을 발의했다는 점에서 21대 국회와는 다르게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4월 간호법은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바 있다. 당시 대한의사협회(의협),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 등 14개 보건의료계 직역단체가 모인 보건복지의료연대의 거센 반발 속에서 국민의힘이 반대표를 던지고,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며 폐기 수순을 밟았다.

그러나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 추진으로 대거 이탈한 전공의들 대신 간호사가 투입되며, 간호법 제정 필요성이 커졌다. 21대 국회에서 반대 의사를 표명했던 정부·여당도 이번엔 법제화 필요성에 공감하는 등 입장을 선회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를 비롯한 14개 단체가 참여한 보건복지의료연대 회원들이 지난해 4월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 반대 집회를 열었다.   사진=김은빈 기자

반대 의사를 표명하던 다른 보건의료 직역에서도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여야 발의안에 각 직역별 요구안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의원안에는 간호조무사들이 그동안 요구한 학력제한 폐지가 일부 포함됐다. 현행 의료법에는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자격이 ‘특성화고 간호 관련 학과 졸업자’, ‘학원의 간호조무사 교습과정 이수자’로 규정돼 있어, 학력을 사실상 ‘고졸’로 제한하고 있다고 간무협은 지적해왔다. 여당안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1호에서 6호에 상응하는 교육 수준을 갖췄다고 인정된 사람’이라는 조항이 명시됐다.

강선우 민주당 의원안에는 간호사 업무 범위에서 ‘의료기사 등 업무는 제외한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치과기공사, 치과위생사 등 의료기사들의 업무 범위 침해 우려가 해소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그간 보건복지의료연대에 참여해 간호법 저지에 힘을 모았던 일부 직역의 입장 변화도 불가피해졌다. 민주당 의원안이 통과될 경우 의료기사들이, 국민의힘 의원안은 간호조무사들의 반대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간무협 관계자는 9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전처럼 무조건 반대 입장은 아니다. 미묘한 차이가 있다”면서 “이는 다른 직역도 비슷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민주당 의원안은 간호조무사 학력제한 철폐 내용이 없어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국민의힘 의원안엔 (간무협) 요구안이 포함돼 있다. 반대로 의료기사 요구안은 민주당 의원안에 포함돼 있고, 여당 의원안에선 제외됐다”며 “다른 의료 직역들도 수용할 수 있는 내용의 간호법 조정안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반면 새롭게 법안 수정을 요구하는 직역도 나왔다. 약사들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 중 ‘투약’이 포함된 점을 문제 삼았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투약은 약사가 담당하는 업무라 중첩되는 부분이 있다”며 “직역 간 충돌이 생길 수 있어, 찬반을 떠나 법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여전히 간호법 제정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1일 “간호법은 전문간호사에 의한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하고, 무면허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여러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며 “간호법을 여야 모두 국회에 발의한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간호사 특혜법인 ‘간호법안’ 재발의를 즉각 철회하라”고 비판했다.

간협 관계자는 “3건의 간호법 내용이 조금씩 다르지만, 여야가 법안 발의에 나서고 정부도 필요성을 공감한 만큼 이번엔 통과되길 기대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국회 상임위원회의 소위원회를 구성해 조정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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