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 KDDX의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추진 방식 결정이 다음 달로 넘어가면서 신경전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KDDX의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추진 방식 결정이 다음 달로 넘어갔다. 추진 방식 결정이 미뤄지는 동안 지난 2019년 방사청이 보안사고 벌점 조항을 개정해 2020년 HD현대중공업의 KDDX 기본설계 수주를 도왔는지에 대한 수사도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가 된 KDDX 사업은 오는 2030년까지 7조8000억원을 들여 해군의 6000톤급 차기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으로 선체부터 무기 체계까지 국내 기술로 건조한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는 KDDX 방산업체 지정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DDX는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초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한화오션은 지난 2012년 개념설계를 따냈지만, 이어진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맡았다. 군함 사업의 경우 상세 설계, 초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는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시행하는 것이 업계 관행이지만 법령에는 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만약 불법 행위에 임원이 개입할 경우 해당 기업은 방위사업청 공모 사업에 대한 입찰 참가 자격이 제한된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탈취와 임원 개입을 근거로 수의계약은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맡은 업체가 상세설계·초도함까지 건조해야 한다며 경쟁입찰 방식으로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방사청은 양측의 팽팽한 대립에 사업자 선정을 잠정 보류했다. 산업부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모두 KDDX 방산업체로 지정할지 한 업체만 지정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군사기밀 유출 이슈 이후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HD현대중공업이 원하는 대로 계약을 따내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방산 사업 수주전은 소수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돼 경쟁입찰로 가더라도 앞서 받은 보안 감점 때문에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사청은 임원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낮게 보고 부정당 제재를 부과하지 않아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 부담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경찰 조사 결과가 계약 방식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방산업계 관계자는 “임원 개입 여부 확인이 계약 방식 결정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는 이달 말이나 내달 초 마무리될 것으로 예측된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