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가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하고 본격적인 결집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전쟁’이라고도 불리는 예민한 시기에 한국 반도체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전삼노는 11일 오전 기흥캠퍼스 8인치 라인 직원들의 총파업 참여 독려를 위해 홍보 집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해당 라인은 레거시 반도체를 생산하는 곳으로 대부분 수작업 매뉴얼이 많아 상대적으로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해당 라인 참여율을 높여 파업 목표인 ‘반도체 생산 차질을 이뤄내겠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12일에는 평택캠퍼스의 HBM(고대역폭메모리) 공정 직원들을 상대로 파업 동참을 호소할 예정이다. HBM은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 메모리로, 현재 삼성전자가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비해 뒤쳐진 부분이기도 하다. 오는 15일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중 가장 최첨단인 EUV(극자외선) 파운드리가 있는 화성캠퍼스 H3 지역을 찾는다. 핵심 공정 직원들을 파업에 참여시켜 생산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겠다는 의도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노조가 제시한 요구는 △노동조합 창립 휴가 1일 보장 △전 조합원 기본 인상률 3.5% △성과급 제도 개선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이다. 노조가 요구하는 평균 임금 인상률은 앞선 삼성전자 노사협의회 결정에 따른 성과 인상률(2.1%)을 합하면 5.6%다. 삼성전자는 노사협의회에서 평균 임금 인상률을 5.1%(기본 인상률 3.0%+성과 인상률 2.1%)로 정했다.
현재 한국 반도체 산업은 순탄하지만은 않다. 급성장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는 미국과 대만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고, 대만의 TSMC는 아시아 기업 최초로 미국 증시 시총 1조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미국·일본·대만·유럽 등이 경쟁을 벌이는 ‘글로벌 칩 워(반도체 전쟁)’ 상황에 노조 파업은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당장은 차질이 생기지 않더라도 파운드리의 신뢰를 잃고 반도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이 메모리는 전 세계에서 절반 정도 점유하고 있지만 HBM도 납품을 못 하고 있고, 비메모리 점유율은 17%에서 9%까지 떨어졌다”며 “노사정책으로 인해 삼성엔 큰 위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김 교수는 “파운드리에선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이 상시로 일어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임직원이 고액 연봉을 받고 있음에도 연봉과 성과급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현재 삼성전자 노동자 임금 평균이 1억2000만원인데, 이는 국내 임금 근로자 상위 4%에 속한다”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국제적으로 반도체 경쟁이 이렇게 민감한 시기에 그런(연봉 인상) 요구를 해도 되는지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상황으로는 노조의 요구안이 파업 동기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사측에서도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는 “생산 차질이 없도록 철저히 대비할 계획”이라며 “노조와의 대화 재개 노력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