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되며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리게 됐다. 다만 노동계에서는 낮은 인상률을, 경영계에서는 일자리 악영향 등을 지적하며 결과에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노동계는 12일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30원으로 결정된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최저임금이 1.7% 인상된 것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 전망치(2.6%)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밥값은 한 번에 2000원씩 오르는데 최저임금은 딱 170원 인상됐다”며 “고물가 시대를 견디는 저임금 노동자들은 고통 속에서 1년을 또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최저임금이 물가 인상 폭보다 적게 오르면서 또 실질임금은 하락했다”며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위한다는 본래 취지를 잃어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결정구조가 문제라는 비판도 있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보통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 민주노총은 “노사가 공방을 벌이다 마침내 공익위원이 ‘정부의 의지’를 실현하는 현 논의 구조에서는 의미 있는 최저임금 결정이 불가능하다”며 “이번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의 ‘답정너’ 운영과 제멋대로 산출식에 휘둘렸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측 노동계 위원들은 이날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최저임금 심의 촉진 구간에 반발해 투표 자체에 불참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같은 날 입장문에서 “언론 등에서 1만원 돌파가 엄청난 것인 양 의미를 부여하지만 1.7%라는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이라며 “사실상의 실질임금 삭감”이라고 꼬집었다.
공익위원의 심의촉진구간이 불합리했다는 언급은 한국노총에서도 나왔다. 한국노총은 “심의촉진 구간 자체가 이미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나온 안이었다. 편파적 공익위원 구도에서 낮은 인상률로 결정된 최저임금을 돌이킬 방법은 없다”며 “역대급을 낮은 최저임금 인상 결과에 실망했을 저임금 노동자에게 죄송한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반면 경제단체들은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은 것에 대해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동결이 이뤄지지 않아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커졌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2일 입장문을 통해 “한계상황에 직면한 중소·영세기업, 소상공인의 절박함을 고러하면 동결돼야 했다”면서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이를 반영하지 못한 것을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와 국회는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경영 부담 완화 및 근로장려세제 확대와 같은 취약계층을 위한 소득 지원 정책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시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불발된 업종별 구분 적용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업종별 구분 적용은 최저임금을 업종에 따라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총은 “일부 업종만이라도 구분 적용하자는 사용자위원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도 단일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한 것에는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추후 시행을 위한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도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다. 한경협은 “1만원이 넘는 최저임금은 소규모 영세기업들과 자영업자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이 될 것”이라며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청년층,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이야기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이날 논평에서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를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과반에 달하고 파산과 폐업이 속출하는 경제 상황을 감안했을 때 간절히 요구했던 동결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쉬운 결과”라며 “또 한 번 최저임금위가 단일 최저임금제를 고수한 것은 현실을 외면한 무책임한 결정이다. 취약 사업주는 범법자가 될 위험을 안고 사업을 영위해야 하는 실정으로 업종별 지불 능력을 고려한 최저임금의 구분 적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같은 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1차 전원회의를 열고 오는 2025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 최저임금(9860원)과 비교해 170원(1.7%) 올랐다. 최저임금이 1만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1988년 최저임금제 도입 후 처음이다.
노동계와 경영계, 공익위원으로 이뤄진 최저임금위원회는 전날인 11일 오후 3시부터 마라톤 회의를 진행해 왔다. 노동계는 최초 요구안에서 시간당 1만2600원을 제시했다. 경영계는 시간당 9860원으로 동결을 요구했다. 이후 양측은 조정을 거쳐 최종안을 내놨고 표결을 진행했다. 표결 끝에 경영계에서 내놓은 1만30원이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결정됐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