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도시정비사업 최대어로 꼽히는 한남5구역 시공사 선정이 단독 입찰로 유찰됐다. 하반기에도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가 이어질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1차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를 마감한 서울 한남5구역에는 DL이앤씨만 단독 참여해 유찰됐다. 지난 5월 말 진행한 시공사 선정 현장설명회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호반건설, 우미건설, 금호건설, 한양 등 대형 건설사들이 참여했다. 한강‧강변북로가 가깝고 일반비율이 높아 사업성이 우수하단 평가를 받으나 단독 입찰로 유찰된 것이다.
상반기에 이어 시공사의 수주 기피 현상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는 두 차례 입찰을 진행했으나 대우건설만 참여했다. 대우건설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일부 조합원의 반발에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서울 성북구 길음5재정비촉진구역도 포스코이앤씨만 두 차례 입찰에 응했다.
상반기 건설업계의 선별 수주 현상은 극명하게 나타났다. 상반기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에 10대 건설사 중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은 수주액 3조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대우건설‧DL이앤씨‧현대엔지니어링은 상반기 정비사업 수주 ‘제로’를 기록했다. 대우건설‧DL이앤씨는 이달 각각 ‘신반포 16차’, ‘잠실 우성4차’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며 마수걸이에 성공했다. 이는 고금리‧공사비 인상‧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중단 등으로 인해 선별 수주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 경기 악화로 인해 경쟁 입찰 회피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한남5구역은 DL이앤씨가 장기간 공을 들인 곳으로 타 건설사들이 무리한 사업 진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수주전 참여를 위해서는 단지 설계비, 마케팅 비용, 인건비 등 수십억원이 든다”며 “해당 지역에 이미 자리 잡은 건설사가 있어 수주전에 나서지 않은 것이다.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사업성을 중심으로 철저히 선별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사업성이 낮은 단지는 강남에서도 외면받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 강남구 도곡개포한신아파트는 대형 건설사 10곳이 현장설명회에 참석했으나 입찰 의사를 밝힌 건설사가 한 곳도 없었다. 3.3㎡당 공사비로 920만원이며 일반분양 물량이 85가구로 적어 사업성이 낮은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2차 입찰 진행에서야 DL이앤씨와 두산건설이 응했다.
수주 후에도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시공사는 오른 만큼 공사비 인상을 요청하고 조합이 거부하며 공사비 검증 신청도 늘고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5월 기준 공사비 검증 신청은 10건 접수됐다. 공사비 검증 신청은 2019년 단 3건에 그쳤으나 2020년 13건, 2021년 22건, 2022년 32건, 2023년 30건으로 늘고 있다. 올해도 하반기 30건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공사비 검증은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을 요청할 때 시행사나 정비사업 조합이 부동산원에 검증을 의뢰할 경우 이뤄진다.
좁혀지지 않는 공사비와 사업성 문제 등으로 하반기도 선별 수주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정비사업에 유찰이 반복 되는 건 모두 공사비 때문”이라며 “급격한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시공사가 생각하는 단가와 발주처가 원하는 단가 매칭이 안돼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사비 인상 기조가 멈추면 점점 간극이 좁혀지며 적정 공사비를 찾아갈 수 있지만 건설사업 특성상 급격한 개선은 어렵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최근 서울 중심으로 집값 상승과 금리 하락이 전망돼 분위기가 살아난다고 하는데 갑자기 도시정비 사업성이 확 오르진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공사비도 다소 떨어지긴 했으나 워낙 이전에 높았고 인건비에 대한 부담감도 큰 상황”라며 “금리와 공사비 하락, 주택 경기가 살아나야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