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 산업의 생산성은 마이너스 대 진입 초읽기 중. 경영의 효율성은 떨어지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비전은 점차 멀어지고 있습니다. 노동자 고령화와 근로 방식 변화로 흔들리는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선결돼야 할 것들을 고민해 봤습니다. |
“알바생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에요. 요즘엔 편의점보다 배달 쪽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아서…”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서 만난 GS25 편의점 점주 A씨. 그는 이곳에서만 13년 넘게 편의점을 운영 중이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사다난한 일들도 많이 겪었다. 편의점에 관해서는 베테랑이라 자부하는 그도 인력난은 ‘고질병’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요새 젊은 친구들은 쿠팡 물류센터나 배달 알바를 더 선호한다”고 했다. 정해진 시간에 일해야 하는 편의점 근무와 달리 배달의 경우 내가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알바 사이트에 채용 공고를 올린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적당한 조건의 지원자도 없다. 미성년자가 대다수다. 청소년이 신분증을 위조해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A씨는 “미성년자더라도 신분증을 위조했으면 처벌을 받아야 하는데, 그런 규제도 없다. 법적 고용주가 책임을 무는 구조”라며 “사전에 계약서를 써도 법을 안지킨 걸로 간주해 고용주만 벌금을 내고 전과자가 되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말 그대로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있지만 고용주를 위한 제도적 보호 장치는 전무하다는 것이다.
알바생을 구하기도 어렵지만 구해도 문제다. A씨는 “편의점을 여러개 갖고 있는 점주들은 (주휴수당을 피하기 위해) 하루에 알바생을 3~4명도 쓴다. 알바생도 여러군데 일해서 힘들고 우리도 사람 뽑기 어렵고 여러모로 다 힘든 상황”이라며 “인건비 때문에 무인점포도 고려해봤는데 실제 도난을 많이 당한다. 노숙자가 들어와서 자고 가는 경우도 흔하다”고 덧붙였다.
또 A씨는 “지금 편의점이 엄청 늘어났는데 일할 사람도 없고, 사람을 못구해서 폐점하는 데도 많다. 임대료와 세금을 제하면 한달에 최소 900만원은 벌어야 유지가 된다. 전국 3만여개 편의점 중 이만한 매출 내기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다른 편의점도 인력 문제로 힘든 건 매한가지다. 서울 양천구 목동역 인근에서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B씨도 최근 인상된 최저임금에 인건비 부담이 크다고 했다. B씨는 “보통 편의점을 오픈할 때 본사와 매출 수익에 대한 비율을 정한다. 고정 수입은 그대론데 시급이 올라가니 점주들이 가져가는 금액이 줄어드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공부하면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려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알바를 하러 꽤 온다. 이외에 노인들도 있다”면서 “이마저도 시급이 자꾸 올라 고용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뿐만 아니라 개인 카페도 상황은 비슷하다. 등촌동 오피스 상권 인근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C씨. 오픈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알바생을 못 구해 애를 먹고 있다. C씨는 “직장인이 몰리는 점심시간에만 파트타임 알바를 쓰고 싶은데 마땅한 사람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거나 커피 경력이 있는 분들 위주로 뽑으려고 하는데 별로 없다”고 말했다.
C씨는 “개인 카페다 보니 주변 프랜차이즈 커피숍하곤 성격이 다르다. 커피 원두도 프리미엄만 고집하고, 멀리서 알고 방문하는 단골 손님도 꽤 있는 편”이라며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 맛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처럼 일손 부족으로 인한 현장의 고충은 심각하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인력난은 급격히 확산되는 추세다.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견인할 노동 생산성이 하락하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최근 ‘인구고령화가 산업별 노동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이란 연구 보고서에서 “2023년 이후 고령인구 비중은 높아지고,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하락할 것으로 전망돼 당분간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방향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실제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위권에 속한다. 2022년 기준 OECD 국가별 시간당 노동생산성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시간당 49.4달러로 37개국 중 33위였다. OECD 평균(64.7달러)의 4분의 3 수준이다. 이는 노동생산성 1위인 아일랜드(155.5달러)와 비교하면 30% 정도로, 독일(88.0달러)과 미국(87.6달러), 핀란드(80.3달러)를 비롯해 일본(53.2달러)과 비교해도 생산성이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고임금에 따른 낮은 생산성을 극복하기 위해선 임금과 근로시간, 생산성의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근본적인 원인은 생산성 투입 대비 산출인데, 일하는 시간에 대한 산출을 높일 수 있게 여러 조건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산업 현장 전반에서 근로자들이 자기 실력과 기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사 상생을 위한 현장 문화가 구축될 때 퀄리티 높은 노동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노사 간 임금·근로시간·생산성의 선순환을 위한 타협점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직된 임금 제도를 풀어주기 위해선 글로벌 기준에 맞는 유연한 노동 기준이 필요하다”면서 “그렇게 되면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진 분야에 인력을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 교수는 또 “일자리 창출이나 생산성 문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중요하다”면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고 우위를 정하기 위해선 기업이 원하는 법 제도와 개혁을 해주는 게 우선”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생산성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정부 역할”이라며 “노조나 노사협의회, 기업 등 각 주체들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유연하고 전향적으로 대처하는 한편 서로 공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