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환불 대란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판매자는 줄줄이 이탈하고, 소비자도 구매를 중단했다. 신용카드 결제를 대행해주는 PG사도 승인을 막으면서 자금줄도 막힌 상황이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25일 티몬·위메프 사태와 관련해 “신속히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오늘 긴급 현장점검과 집단분쟁조정 개시 준비에 착수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긴급 현장점검을 통해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소비자 피해 확산을 최대한 막겠다는 것이다. 다만 티몬·위메프와 여행사 등 판매자와 이커머스 간의 관계는 민사상 채무불이행 문제로, 공정거래법 적용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현장점검에서는 주문을 취소한 소비자에게 대금 환불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재화·서비스 공급을 계약내용 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철저히 점검하겠다”며 “조속한 소비자 피해구제를 위해 한국소비자원에 전담 대응팀을 설치해 ‘집단분쟁조정’ 개시 준비를 즉시 착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피해와 관련해서는 “소비자 보호의 법적 책임 문제는 현장 점검을 통해 파악해보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공정위는 정산 지연 사태가 본격화한 이후 관련 소비자 상담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1372 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접수된 티몬·위메프 관련 소비자 상담은 23일 254건, 24일 1300건으로 집계됐다.
공정위는 지난 17일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로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쇼핑 등 큐텐 계열사 현장 조사도 진행한 바 있다.
위메프에서 발생한 판매자 정산 지연 사태는 다른 계열사인 티몬으로까지 번지며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중소 판매자(셀러)를 중심으로 자금 경색 우려도 커지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 등 큐텐그룹 계열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입점한 6만곳 가운데 상당수는 중소 판매자다. 상품 매입 자금이 없어 영업 중단 위기에 처한 판매자도 생겨나고 있다.
이달 정산받지 못한 대금은 5월 판매분이며, 6∼7월 판매대금 정산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판매자에 따라 이달에만 최소 2000만원에서 많게는 70억원까지 물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업계에선 소형 여행사의 도산 우려도 지적한다. 이번 사태로 중소 판매자들이 줄도산할 경우 그 파장이 금융권까지 미칠 수 있어서다.
상황이 악화되자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는 사태 수습에 직접 나섰다. 류 대표는 이날 새벽 1시께 위메프 사무실을 찾아 “소비자 피해는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자금을) 갖고 있다. 그 이상으로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주까지 위메프 정산 지연금은 400억원이었는데 현재 티몬과 위메프를 합친 미정산금은 1000억원 정도”라며 “미정산 대금은 큐텐 차원에서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밤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환불 처리가 되지 않아 피해를 입은 수많은 소비자들이 위메프와 티몬 본사를 찾아 항의 중이다.
소비자단체도 이번 사태에 대한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처럼 누구도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되지 않게 하려면 채무불이행에 대한 법적인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며 “판매자가 고의로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에게 손해배상을 하고, 벌금이나 형사처벌 등의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큐텐그룹의 무리한 사업 확장과 불투명한 회계와 경영이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구영배 대표가 직접 나서 책임 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