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고대역폭 메모리(HBM) 5세대인 HBM3E 8단 제품을 오는 3분기 내 양산해 공급을 본격화하고 12단 제품도 하반기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 AMD 등 주요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들로부터 HBM3E 퀄(품질) 테스트 통과 또는 공급이 곧 이뤄질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31일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2분기 메모리 시장은 생성형 AI 수요 강세에 힘입어 업황 강세가 지속됐다”며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50% 중반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HBM 4세대인) HBM3는 모든 GPU 고객사에 양산 공급을 확대 중이며 2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매출이 3배 가까운 성장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엔비디아의 HBM3E 품질 테스트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고객사와의 비밀유지계약(NDA) 준수를 위해 해당 정보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지난 3월 HBM3E 8단 제품을 AI 반도체 시장의 ‘큰 손’ 고객인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시작한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 HBM3E 제품의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의 HBM3E가 2∼4개월 내에 퀄(품질) 테스트를 통과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 부사장은 이와 관련해 “HBM3E 8단 제품은 지난 분기 초 양산 램프업(생산량 확대) 준비와 함께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했고 고객사 평가를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3분기 중 양산 공급이 본격화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통상 HBM은 사전에 고객과 계약을 토대로 공급 물량이 결정되는데, ‘양산을 시작한다’는 의미는 고객사를 확보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개발한 HBM3E 12단 제품 역시 이미 양산 램프업 준비를 마쳤고, 복수의 고객사 요청 일정에 맞춰 하반기에 공급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올해 상반기에는 HBM3 내 12단의 판매 비중이 3분의 2 수준을 기록한 만큼 HBM3E에서도 성숙 수준의 패키징을 구현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HBM 내 HBM3E의 매출 비중은 3분기에 10% 중반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4분기에는 60% 수준까지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업턴(상승기)’에 따라 삼성전자 DS부문이 실적 회복세를 탄 가운데 오는 하반기부터는 HBM3E가 ‘키 플레이어’로써 역할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
HBM 매출과 캐파(생산능력)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 부사장은 “캐파 확대가 맞물리며 HBM 매출 비중이 더욱 늘 것”이라며 “매 분기 2배 내외 수준의 가파른 증가에 힘입어 하반기에는 상반기 대비 3.5배를 상회하는 매출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내년 HBM 생산량은 올해 대비 2배 이상을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6세대인 HBM4는 내년 하반기 출하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김 부사장은 “고객 맞춤형 HBM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최적화된 커스텀 HBM도 개발 중이며 현재 복수의 고객사와 세부 스펙을 논의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HBM 경쟁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공급 역량을 기반으로 수요 증가세에 적기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HBM뿐 아니라 고부가 D램 중 하나인 DDR5과 서버 SSD와 같은 AI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낸드 제품의 성장세도 거세다. 올해 2분기 서버용 DDR5 제품은 출하량 증가와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으로 80% 중반의 매출 상승 폭을 기록했다. 서버용 SSD는 전 분기 높았던 출하량의 기저효과에도 매출이 전 분기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올 하반기에도 SSD 매출은 ASP 개선, 출하량 증가 및 프리미엄 제품 비중 확대에 힘입어 가파른 실적 개선이 이어지며 전년 동기 대비 4배를 넘어서는 성장이 가능할 전망이다. 파운드리 사업의 경우 2028년까지 2023년 대비 AI와 고성능컴퓨팅(HPC) 응용처용 고객 수를 4배, 매출을 9배 이상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