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사건’ 재발 막으려면 급성기 정신질환 지원 필요”

“‘일본도 사건’ 재발 막으려면 급성기 정신질환 지원 필요”

신경정신의학회, 정신질환 진단·치료 접근성 지적
“안전한 병원 이송 위해 공공이송 체계 마련해야”

기사승인 2024-08-05 15:41:26
쿠키뉴스 자료사진

최근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30대 남성이 일본도를 휘둘러 이웃 주민을 살해한 이른바 ‘일본도 살인 사건’과 관련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급성기 정신질환 관리와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신질환자가 방치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화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5일 보도자료를 내고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기 전 지역사회에서 여러 차례 경찰에 신고가 이뤄지고 이상 행동이 관찰됐음에도 가해자가 전문가를 만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물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일본도 살인 사건 피의자인 백모(37)씨는 정신과 치료력이 없다고 알려졌지만, 경찰 조사와 영장 실질 검사 과정에서 ‘스파이를 공격했다’는 등 횡설수설한 것을 미뤄볼 때 정신질환 진단이 필요하다고 학회는 주장한다.

현재 정신건강복지법을 보면 정신질환이 의심되고 자·타해 위험이 높은 경우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게 연계하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지난 2019년 4월 ‘안인득 사건’ 이후 5년이 지났지만 법과 현장의 괴리는 여전히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사건은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에서 조현병을 앓던 안인득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화재로 대피하던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당한 사건이다.

학회는 “비극적 사건을 막기 위해 국가는 지역사회 구성원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 발전시켜야 한다”며 “중증 정신질환은 치료를 받으면 증상 조절과 회복이 가능한 질병으로 충분한 시간 동안 치료를 유지하면 안정적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급성기 정신질환 치료를 지원하는 의료 환경을 구축하는 한편 치료를 위한 병원 이송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도 했다. 급성기 정신질환의 경우 환자가 심각한 자해 또는 타해 위험을 보여야만 입원이 가능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학회는 “환자가 안전하게 조기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외래치료 지원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급성기 증상이 악화되거나 자·타해 위험이 높아 전문가의 진료가 필요한 경우 환자의 안전한 병원 이송을 위해 공공이송 체계를 마련하고 이를 전문적인 인력이 담당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환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의료진이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병원 간 이송 제도와 인력 확보 및 운영을 개선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가는 정신질환자 치료 과정 전반에 대한 예산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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