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63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임대차 2법 폐지를 통해 전셋값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6일 한국부동산원의 ‘7월 다섯째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는 전주 대비 0.17% 올랐다. 이는 63주 연속 상승세다. 지역별로는 성동구(0.38%), 영등포구(0.27%), 노원구(0.24%), 용산구(0.23%), 마포구(0.22%)에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최고가 거래도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삼성’ 전용 167㎡은 7월20일 보증금 38억원(20층)에 신규 전세계약을 맺어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는 지난 1월 체결된 34억원 대비 4억원이 오른 수준이다.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첼리투스’ 124㎡(53층)도 지난 6월 최고가인 28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래미안첼리투스는 앞서 3월 같은 타입 20억원에 거래돼 3개월 만에 6억원 상승했다.
수요 대비 부족한 공급은 전세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지난 6일 기준 2만6124건으로 올해 초(3만4822건) 보다 25% 감소했다. 강북구와 강동구 2곳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전세 매물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통령실은 부동산 공급 확대를 포함한 부동산 대책을 마련 중인 가운데 임대차 2법 폐지를 검토 중이다.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 전세가격 상승을 부추긴다고 진단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최근 연합뉴스에 “임대차 2법이 4년 치 가격 상승분을 반영해 전셋값을 상승시키는 압력을 만들고 있다”며 “당연히 공급은 확대해야 하고, 임대차 2법도 폐지하는 방향이 맞다”라고 말했다.
임대차 2법은 세입자에게 최초 계약 2년에 갱신 계약 2년을 더해 4년 거주를 보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과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가 담긴 제도다. 세입자 권리 보호 강화와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2020년 도입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대차 2법 폐지 시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정부가 기대하는 전셋값 안정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임대차 2법을 폐지한다고 해서 전세 가격이 안 올라가지 않는다”며 “역전세도, 전세사기도 여전할 것이다. 세입자의 주거 안정에도 도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시행한 지 4년이 지난 시점에 폐지하다 또 다른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전세가격 상승은 유주택자 전세대출 규제 시행을 앞두며 오른 것”이라며 “임대차 2법으로 인해 오히려 전셋값 변동 폭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한 교수는 “정부가 집값 상승에 대한 우려를 심어주는 공포 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정책 방향이 아쉽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전월세상한제 비율을 올리는 방안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인만 소장은 “기존 법안은 유지하되 5% 상한제 요율을 올리는 방인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 계약 만료 후 갱신 때 10~20% 정도 올릴 수 있다면 집주인도 큰 불만 없고 세입자 입장에서도 4년 후에 대폭 상향보단 부담이 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문도 교수는 “임대차 2법을 3+3(3년씩 전세 두 번 연장) 혹은 2+2+2(2년씩 전세 계약 3번 연장)로 더 늘리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자녀를 둔 가족의 경우 자녀들의 학교에 맞춰 이사를 많이 한다”며 “중‧고등학교 교육 기간인 3년에 맞추되 전세가상한제를 기존 5%에서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