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어려운 수출용 의약품…규제 강화 이뤄질까

추적 어려운 수출용 의약품…규제 강화 이뤄질까

기사승인 2024-08-08 06:00:13
게티이미지뱅크

수출용 의약품이 국내에 불법 유통된 사건이 발생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규제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보툴리눔톡신(보톡스)의 경우 식약처와 기업 간 수출용 의약품 관련 소송전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유통 과정에 대한 제재가 강화될 수 있을 것이란 시각도 이어진다. 

지난 1일 서울경찰청은 의약품을 불법 유통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무허가 의약품 판매업체 대표 A씨와 의약품 도매상 B씨 등 44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22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의약품 도매상 B씨 등으로부터 보톡스 등 94억원 상당의 의약품을 구매한 뒤 불법 유통한 혐의(약사법상 무자격 판매)를 받는다. 

A씨는 약사법상 의약품을 국내에서 판매하고 유통하는 데는 자격이 제한돼 있지만, 수출 목적 의약품을 취급하는 것은 별도 규제가 없다는 점을 악용했다. 수출업자로 가장해 의약품을 확보한 뒤 무허가 업체에 되팔았던 것이다. 경찰은 의약품 수출업자에 대한 체계 등을 살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행법상 국내에서 의약품을 팔 땐 약사와 도매상 등 허가받은 판매업자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관리종합센터(KPIS)에 판매 내용을 입력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의약품의 유통 과정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수출용 의약품은 판매자에 대한 규정이 없어 유통이나 수출 과정을 추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톡스 제제의 경우 ‘간접 수출’ 문제도 얽혀있다. 간접 수출은 국내 무역업체 또는 무역상을 거쳐 해외에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수출 전용 의약품은 수입자가 요청한 사양서를 근거로 수출에 한해 제조 허가를 받은 의약품이기 때문에 국가 출하승인이 필요 없다. 일부 제약사는 이 점을 활용해 국가 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무역상을 통해 수출용 보톡스 제품을 판매해왔다. 식약처는 제품의 품질 및 유통 과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정식으로 출하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업체에 제재를 걸었다. 현재 식약처와 업계 간 소송이 진행 중이다. 

식약처는 간접 수출 방식이 불법 수출의 통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무역상을 통해 판매한 수출용 의약품이 국내로 흘러들어와 유통될 가능성도 우려했다. 실제 지난해 한 제약사가 수출용 보톡스 제제를 국가 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국내에 판매해 허가 취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A씨 사건 역시 의약품 도매상을 통해 대량의 수출용 의약품이 국내로 반입됐다.
   
업계도 수출용 의약품 관리에 대한 개선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간접 수출은 보톡스 외에도 다양한 의약품들이 해외로 판매될 수 있는 하나의 창구”라며 “보통 수출용 의약품 가격이 훨씬 높기 때문에 내부로 판매될 일은 극히 드물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불법적으로 이용되는 사례들이 드물게 일어나고 있어 유통 관리 과정의 규제 개선은 필요해 보인다”면서 “최근 제약사들도 수출용 보톡스 제제의 국가 출하승인을 신청하는 추세”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C씨는 “이번 사건은 식약처가 수출용 의약품 관련 규제를 검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면서 “무역상이나 수출대행업체들에 대한 제제는 강화돼야 한다”고 짚었다. 또 “국내에 허가된 제품 없이 수출용 의약품만 파는 업체들에 대한 조사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식약처는 수출용 의약품 불법 판매와 관련해선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수출대행 계약을 맺고 제조업체로부터 의약품을 수여받는 경우 의약품 취급 자격이 없어도 의약품 취득이나 판매가 가능하다”며 “그 외에는 약사법으로 판매업자 자격을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사건으로 식약처가 별도로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수출용 의약품 유통 과정에 있어서는 규제 하에 철저히 검토하고 있고, 제약사들이 국가 출하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간접수출 소송과 관련해선 “현재 행정 소송을 진행 중”이라며 “소송 대응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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