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시선]‘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는 전북경제

[편집자시선]‘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는 전북경제

고금리·고물가 속 제조업 생산·수출·소비 줄줄이 하향곡선
기업 지원 늘리고, 서민 경제 살리는 정책 발굴해야

기사승인 2024-08-19 10:17:10
새만금 국가산업단지

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전북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 생산은 물론 투자, 수출, 민간 소비 등 각종 지표가 줄줄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고금리·고물가 속 기업과 가계의 빚은 쌓이고 높아진 물가에 소비는 줄면서 내수 부진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내수부진 장기화와 고물가는 자영업자에게는 직격탄으로 다가와 부채 부담을 해소할 만큼의 충분한 매출 회복은 당장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종을 불문하고 투자 감소세도 이어지는 등 탈출구 없는 답답한 상황이 지속돼 전북 경제가 자칫 성장 동력마저 잃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북경제는 올해 상반기 내내 두 자릿수 대 마이너스 성장에서 머물고 기업들의 체감 경기도 두 달 연속 하락하는 등 여전히 냉랭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전북본부가 발표한 ‘2024년 7월 전북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7월 전북 제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94.6으로 전달 대비 1.6p 하락했으며 8월 전망 CBSI도 89.5로 전달보다 3.0p 떨어졌다. 

기업심리지수(CBSI)는 경기 설명력이 높은 지수들을 선정해 산출한 지수로 기준값인 100 미만이면 기업들의 기대 심리가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매출 BSI는 74로 전월(75)보다 1p, 가동률 BSI는 76으로 전월(81)보다 5p, 신규수주 BSI는 65로 전월(73)보다 8p 등 모두 하락했다. 

또 도내 제조업 생산은 6월 기준 주력 업종인 기계·장비(-24.0%), 금속가공제품(-17.7%), 1차 금속(-16.3%), 자동차(-10.3%) 등의 부진으로 지난해 동월 대비 4.5% 감소했다. 

건설업계도 고금리,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부동산 경기 악화의 여파로 6월 중 건축 허가 면적은 지난해 동월 대비 76.7%, 건축 착공 면적은 2.0% 각각 감소한 반면, 미분양 주택 수는 3187호로 지난달 보다 늘었고 준공 이후 미분양 주택 수도 198호에 달했다. 

수출 성적표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하반기 상승 전환 이후 강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전북은 여전히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북경제통상진흥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우리나라 수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9.0% 증가한 3347억 8,00만 달러를 기록하며 8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를 이어갔으나 전북은 11.8% 감소한 33억 8600만 달러에 그쳤다. 

전북은 최근 수출 호조세를 보이는 IT관련 품목은 없이 농약·의약품(9.3%), 자동차(8.8%), 건설광산기계(8.4%), 동제품(7.7%), 합성수지(6.3%) 등이 강세를 보였고, 기업별로는 대기업(39.6%)과 중견기업(35.8%), 중소기업 20.9% 순으로 대기업이 수출을 견인하는 우리나라의 수출 구도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또한 전북 수출기업의 1년 생존률이 42.4%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돼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관세청의 ‘2023년 기업무역활동통계’에 따르면 전북 수출기업 생존률은 1년 42.4%에서 2년 후 24.4%까지 다시 반 토막 났고, 5년 후에는 불과 12.9%만이 수출 활동을 이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에 나서는 기업은 늘지만 10곳 중 9곳은 5년 내 수출을 포기하는 실정이다.

전북 수출은 지난 2022년 9월에 6억 5700만 달러를 기록한 후 현재까지 증가 없이 계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2022년 82억 달러에서 지난해 70억 달러까지 수출 규모가 줄어들었고, 이 추세로 이어지면 연말에는 60억 달러 선까지 내려설 전망이다.

치솟은 물가에 소비시장도 얼어붙어 6월 중 도내 대형 소매점 판매는 지난해 동월 대비 2.1%, 대형마트 판매는 1.6% 각각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고, 승용차 신규등록 대수 역시 지난해 동월 대비 20.9%나 감소했다. 장기화한 내수부진으로 장사를 접은 전북도내 자영업자도 지난해 3만명이 넘었다.

지난해 국세청에 폐업 신고한 자영업자는 3만 1029명으로 전년(2만 7323명)보다 3706명(11.9%)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가 창궐하던 2020년(3만419명), 2021년(2만8,371명)보다 늘어난 수치로 정부 지원금 등으로 어렵게 버텨오던 자영업자들이 높은 금리와 인건비, 월세, 관리비 등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폐업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최악으로 치닫는 지역경제는 기업뿐만 아니라 도민들에게도 고통이 되고 있다. 전북 소비자물가가 석 달 연속 2%대 상승률을 보였다.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전북 소비자물가지수는 쌀·배추 등 143개 생활필수품을 대상으로 한 생활물가지수는 3.2%, 농축수산물·공업제품 등 상품물가지수는 3.3%, 집세·서비스 등 서비스물가지수는 2.2% 상승했다. 장마철 폭우와 연이은 폭염에 과일값과 채솟값은 더 오를 전망이다.
  
대출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해 임의·강제경매로 넘어간 부동산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도내 부동산 임의경매개시 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242건으로 전년 동월(177건) 대비 65건(36.7%) 증가했다. 부동산시장 위축으로 주택 처분이 쉽지 않은 데다 이자 부담도 갈수록 커지면서 ‘영끌족’이 아닌 서민들도 경매에 내몰릴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전북의 경제가 갈수록 쪼그라드는 배경에는 전북지역 주력산업이 맥을 추지 못하고 있고, 대기업의 부재가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잇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전북이 공들어왔던 탄소산업은 기술 수준이나 기업 투자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기에는 턱 없이 모자라나 도는 ‘전북을 먹여 살릴 산업’인양 내세우고 있고 농업과 바이오도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또 매출액 기준 전국 1000대 기업 중 전북에 본사를 둔 기업이 8곳에 불과하다. 전북상공회의소협의회가 2004년 해당 조사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저를 수준으로 그나마 이들 기업 가운데 5곳은 매출액이 증가하고 있으나 나머지 3곳은 매출이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 지자체의 지원 부재 등으로 매출이 줄거나 심지어는 지역을 떠나는 기업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는 취임 이후 6개 대기업을 유치하고 새만금이 2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되는 등 성과를 거뒀다고 자화자찬하지만 이들 사업이 가시화되고 기업들이 생산 활동에 들어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본사가 이전하지 않고 공장만이 들어선다면 일부 고용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지역경제에 미치는 선순환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전북에 유치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 확보도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국토교통부 올해 SOC예산과 관련 신규 예산에서 전북은 19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듯이, 도지사가 열심히 예산 확보 활동을 한다고 하지만 내세울 만한 성과는 많지 않다. 

전북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충격요법’이 필요하다. 지역경제의 부진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기업들이 놀랄 정도의 파격적인 지원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또 확보되지 않는 정부 예산에만 막연히 기대할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주력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로드맵도 도출해야 한다.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고물가·고금리로 시름이 커지고 있는 도민들의 생활을 꼼꼼히 살피고 보듬을 수 있는 정책을 찾아 사회 안전망을 확대하고, 도민들이 걱정 없는 생활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도지사와 시장, 군수, 정치인들부터 ‘장미빛 헛구호’만 남발하지 말고,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진 지역경제 쇠락의 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 특단의 대책 마련과 경제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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