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집주인 10만명 시대, 전세사기 피해 증가 우려도

외국인 집주인 10만명 시대, 전세사기 피해 증가 우려도

전세사기 후 외국 도주 시 검거 어려워
전문가 “역전세 가능성 등 꼼꼼히 살펴야”

기사승인 2024-08-27 10:00:06
쿠키뉴스 자료사진.

외국인 임대인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가운데 전세사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 임대인이 전세사기를 벌인 뒤 해외로 도주할 경우 수사가 어려워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7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이 소유한 국내 주택은 9만1453가구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대비 약 9.5% 증가한 수준이다. 소유자 수는 8만9784명으로 전년 대비 약 10% 늘었다. 외국인 보유 주택 통계는 2022년 연말 처음 공표됐다. 
 
국적별로 보면 중국인이 5만328호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국(2만947호), 캐나다(6089호), 대만(3284호), 호주(1837호) 순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전체 외국인 소유 주택 중 73%(6만6797호)가 수도권에 위치했다. 이어 경기도 3만5126호(38.4%), 서울 2만2684호(24.8%), 인천 8997호(9.8%), 충남 5351호(5.9%), 부산 2947호(3.2%) 순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구매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취득 건수는 2010년 4307건에서 지난해 1만5614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외국인 집주인이 늘며 외국인이 내국인에게 임대를 내주는 사례도 늘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의 ‘확정일자 임대인 현황’에 따르면 지난 7월 확정일자를 받은 임대차 계약 중 임대인이 외국인인 경우는 1544명으로 전월(1368명) 대비 12.86% 증가했다. 

문제는 외국인 임대인이 주는 부동산 시장 혼선이다. 외국인 임대인이 전세사기 행각을 벌인 후 도주하는 경우가 번번이 발생하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관악구 일대 주택 3채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은 중국인 및 중국인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경찰에 고소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가구는 최소 50가구로 보증금 규모는 83억원으로 전해졌다. 

다가구 주택을 소유한 중국인 A씨는 보증금 22억원을 돌려주지 않은 채 중국으로 출국했다. 인근 주택을 소유한 귀화 중국인 B씨 역시 총 20억원 규모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림동 일대 주택을 소유한 다른 귀화 중국인 C씨 역시 2021년 12월부터 39억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세입자들에게 반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임대인이 전세사기를 벌인 뒤 해외로 도주할 경우 수사가 쉽지 않다.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외국인 임대인이 전세사기 후 출국할 경우 재산을 추심하기 어렵다”며 “특히 외국으로 재산을 돌려놓은 경우에는 찾기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외국인 임대인의 전세사기 유형 중 다수는 역전세로 인해 보증금을 못 돌려주는 것”이라면서도 “본국으로 출국할 경우 방법이 없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는 외국인 임대인의 전세사기 피해가 앞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엄 변호사는 “현재 외국인 임대인의 전세사기가 피부로 느낄 정도로 많지는 않지만 향후 늘어날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의 국내 주택 매매가 증가하고 있는데 집주인이 외국인일 경우 더욱 신중해야 한다”며 “전세사기 발생 시 보증금 회수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거주하려는 주택 시세를 보수적으로 분석해 역전세 등 위험이 없는지 충분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국인 임대인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베트남 등 사회주의 나라에선 외국인이 토지를 영구 소유하지 못하는 현실에 견줘, 우리도 이들 국가 출신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취득을 국가 간 상호주의 관점에서 일정 수준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조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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