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에서 지반침하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시는 기상 영향, 지하매설물, 주변 공사장의 영향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서울시가 사고 지역 지하매설물을 전수조사하고 주변 공사장을 특별 점검한다. 그러나 점검 장비인 지표투과레이더(GPR)는 지하 2m 이상의 이상 징후를 발견할 수 없어 점검과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연희동 지반침하 사고 재발을 막고 점검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지반침하 사전 예방을 위한 개선안’을 4일 발표했다. 사고 지역 일대 지하 매설물 전수 조사와 노후 상하수관로 정비 등의 내용을 담았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땅꺼짐 사고 후속조치는.
▷ 지난달 29일 오전 11시26분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대교 방면 한 도로에서 땅꺼짐(싱크홀)이 발생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가 빠졌다. 싱크홀은 가로 6m, 세로 4m, 깊이 2.5m 규모였다. 성산로는 동 공원과 경의선 철도 사이 경사지 중간에 있어 지하수의 흐름이 강한 지형적 특성이 있다. 지반이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편이다.
시는 상하수도, 가스, 통신 등 지하매설물도 여름철 집중 호우와 폭염으로 지하수 수위가 급격히 변하며 토사가 유실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인근 사천 빗물 펌프장 공사, 상하수도, 가스, 통신 등의 지하매설물도 도로 침하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서울시는 사천 빗물펌프장 공사로 인한 직접적인 원인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시는 명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 공사 구역 내 진동계와 지하수위계를 설치하는 등 추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시 지반 침하 사전 예방 개선 계획
▷ 시는 사고 지역 일대를 특별 점검 대상 지역으로 지정해, 지하 매설물을 전수조사한다. 지반침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30년 이상 된 노후 상하수관로를 정비한다. 시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서울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 222건 중에서 상하수관로에 의한 사고가 64%에 달한다. 현재 서울시 상‧하수관로 중 30년 이상 된 하수관로는 6019㎞(55.6%), 상수관로는 4811㎞(36%)다. 시는 이달부터 30년이 넘은 모든 하수관로에 폐쇄회로(CC)TV가 장착된 내시경 카메라를 활용해 정밀히 조사할 계획이다.
사천 빗물 펌프장 공사장도 특별 점검한다. 지면 침투 레이더(GPR)로 공사장 일대를 월 1회 탐사한다. 굴착 깊이 10m 이상의 공사장 주변 안전 관리도 강화한다. 기존에는 굴착 공사장에 대해 GPR 탐사를 한 뒤 필요하면 추가로 했다. 올해 기준으로 서울 200여 개 공사장이 대상이다. 공사 구역에는 진동계와 지하수위계를 설치하고 지반 시추를 통해 추가 조사를 진행한다.
서울시, 신기술 도입 검토
▷ 다만 GPR은 지하 2m까지만 탐지할 수 있다. 지반침하가 일어난 성산로는 지난 5월 GPR 탐사를 했지만,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가 3개월 만에 사고가 났다. 시는 레이더로 찾기 어려운 곳까지 이상 징후를 발견하도록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다. 레이더 탐지 차량을 2대 추가하고, 인력도 7명에서 8명으로 늘린다. 연말까지 ‘지반 침하 안전 지도’를 개발할 방침이다. 시는 아울러 이와 별도로 정부에서도 성산로 지반침하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GPR 장비로 찾기 어려운 지반침하 이상 징후를 찾아내기 한계가 있다”며 “고도화되는 것이 맞춰 신기술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