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으로 촉발된 의료대란이 길어지면서 응급진료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정부는 의료개혁을 통해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5일 서울정부청사에서 개최한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을 통해 “현재 응급의료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기존에도 있었던 문제”라면서 “지금 힘들다고 해서 개혁의 불씨를 꺼뜨리면, ‘응급실 미수용’ 문제는 개선되기 어려워진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현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객관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실제 상황을 과장하거나 과도한 불안감을 조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최근 일부 의료기관은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5일 기준 응급실 운영을 부분적으로 중단한 곳은 건국대충주병원, 강원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이대목동병원 총 4곳이다.
응급실 뺑뺑이를 도는 사례도 잇따른다. 광주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5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20대 대학생이 응급실 인력 부족으로 약 100m 거리에 위치한 대학병원 응급실 수용을 거부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부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일 공사 현장에서 추락한 70대 노동자가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수술할 의사가 없어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정부는 이러한 응급실 미수용 방지를 위해 모든 응급의료기관별 전담 책임관을 지정해 1:1 집중관리를 시행할 계획이다. 전국 409개 응급실 중 진료 차질 가능성이 있는 25개소에 대해 복지부가 전담관을 지정해 문제 발생 시 인력을 지원하는 등 즉시 대응하기로 했다. 또 이밖의 384개 응급실에 대해서는 행안부와 지자체가 전담 책임관을 지정해 현장 상황을 매일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응급실 내원 환자가 증가하는 추석 연휴 대응 방안도 내놨다. 지방자치단체가 5일부터 25일까지 3주간 지자체장이 반장인 ‘비상의료관리상황반’을 설치해 비상진료 체계를 가동할 방침이다. 공공보건의료기관도 상시 운영해 전국 4000개소 이상의 당직 병·의원과 약국 운영을 확대한다.
정 실장은 “일부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은 있으나, 의료 붕괴나 마비 상태까지 초래할 극단적인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정부는 의료계가 의대 증원에 대한 대안을 가지고 오면 열린 마음으로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의료계 의견을 경청해, 실제 의료 현장에서의 경험과 실태를 의료개혁에 반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