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투사’ 제도 손질 가시화…“단기 수익 중심, 모험자본 공급 어려워”

‘종투사’ 제도 손질 가시화…“단기 수익 중심, 모험자본 공급 어려워”

김병환 금융위원장 “종투사 제도 개선 방향 논의할 것”
모험자본 공급 등 기업금융 역할 미미했던 탓
“단기 수익 추종 증권사, 실질적 효과 이어지기 어렵다”

기사승인 2024-09-06 06:00:06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도입된 지 10년이 넘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제도 손질을 예고했다. 당초 도입 취지였던 모험자본 공급 등 기업금융(IB) 역할이 미미했다는 지적에 기인한다.

제도 개선 방향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활용 제한과 영업순자본비율(NCR) 규제 개선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이같은 변화에도 증권사의 모험자본 공급이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일부 대형 증권사들에 인가된 종투사 제도를 종합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회사에 걸맞게 개선할 방침을 밝혔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난 간담회에서 “기업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금융회사라는 측면에서 증권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한 재정비를 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정부도 종투사 제도의 공과를 평가하고, 향후 필요한 제도개선 방향을 업계와 함께 논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종투사는 지난 2013년 국내 대형 증권사를 투자은행으로 육성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도입한 제도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을 보유하고, 내부통제기준 구비 조건을 갖춘 증권사는 금융위에 종투사 지정 신청을 통해 인가를 받을 수 있다. 

종투사에 선정되면 헤지펀드에 자금 대출이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가 가능해진다. 신용공여 한도도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늘어난다. 이외에도 최근 외국환거래규정 개정안 시행에 따라 기준이 완화된 외화 일반환전 업무도 할 수 있다. 

현재 종투사로 지정된 곳은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하나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9개사다. 대신증권과 교보증권도 종투사 진입을 목표로 내세웠다.

당초 종투사 도입 취지는 혁신 중소기업의 창업과 성장을 지원하고 기업의 해외 프로젝트 수행 시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도입 10년이 경과한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종투사 모험자본 공급은 부족할뿐더러, 오히려 부동산 PF, ELS, DLS 중심의 확장만 이뤄졌다. 김 위원장도 간담회에서 이러한 부분을 꼬집어 지적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말 기준 국내 9개 종투사의 자산구성은 현금성 자산 보유가 82조원으로 가장 높게 집계됐다. 모험자본 공급과 관련이 있는 주식 보유 규모는 9조8000억원으로 전체 규모 가운데 2.1%에 불과하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종투사들이 모험자본과 종합 기업금융 서비스보다 단기 성과를 추구하는 사업 중심으로 확장해 온 점에서 질적 성과는 부족하단 평가가 많다”면서 “지난 10년간 국내 종투사를 다각도로 평가 및 분석하고, 한국형 IB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중장기 비전과 전략 제시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금융위가 예고한 종투사 제도 개선 방향은 아직 논의 단계에 그친 만큼 정확한 로드맵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혁신 중소·벤처기업 관련 모험자본 공급이 미미한 점과 부동산 금융에 편중을 직접 언급한 만큼, 이와 관련한 개선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예컨대 종투사의 신용공여 한도 증가분을 부동산 대출에 활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금융위가 지난 2021년 업무계획 발표 이후 후속조치로 담은 증권사의 기업금융 활성화 방안 논의에 포함된 내용이다. 부동산 관련 신용공여를 제외하는 대신 초기 중견기업에 대한 신용공여, 인수합병(M&A) 리파이낸싱 대출, 재무구조개선기업 대출은 기업금융업무 관련 대출로 인정된다.

NCR 규제 완화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NCR은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알려주는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영업용순자본에서 총 위험액을 제외한 금액을 업무단위별 필요유지 자기자본으로 나눠 적용한다. 완화 방안은 위험값을 조정해 기업 신용공여를 늘리는 게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도 동일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제도 개선이 종투사의 모험자본 공급에 실질적인 효과를 불러오긴 어렵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종투사 제도 개선 방향으로 나올만한 부분은 부동산 PF에 대한 투자에 대한 제한, NCR 규제 개선 정도가 될 전망”이라면서 “이런 변화가 있다고 해서 증권사의 모험자본 공급 확대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기 수익을 쫓는 증권사 입장에서 벤처투자와 같은 장기적이고 위험성이 높은 쪽으로 투자는 쉽지 않다”며 “결국 증권사는 기존 방식대로 수익을 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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