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안 정부브리핑서 전문가들 쓴소리…“사회적 합의 어려워”

연금개혁안 정부브리핑서 전문가들 쓴소리…“사회적 합의 어려워”

기사승인 2024-09-13 17:11:00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연금개혁 관련 브리핑에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과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이 참석했다. 보건복지부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대해 소득보장론 측과 재정안정론 측이 맞부딪혔다. 양측은 연금개혁안의 쟁점인 세대별 보험료 인상 속도 차등화와 소득대체율 조정에 대해 견해 차이를 드러내며 팽팽하게 대치했으나, 자동조정장치에 대해선 모두 ‘시기상조’라며 도입을 반대했다.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연금개혁 관련 브리핑에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과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이 참석했다. 남 교수와 오 위원장은 제5차 재정계산위원회의 민간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소득대체율 50%로 인상” vs “지속가능성 위해 인상 안돼”

정부는 보험료율(보험료 납부액)을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연금 수령액)을 40%에서 42%로 상향하는 모수개혁안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노후 소득보장 측면에서 후퇴한 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의 시민대표단은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는 안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또 21대 국회에서 야당은 45%, 여당은 43%를 제시했는데, 여당안보다 소득대체율 인상폭이 적다. 

전문가들은 소득대체율 조정을 두고 견해 차이를 드러냈다. 

소득보장론 측인 남 교수는 “소득대체율 42%는 협상 상대방을 굉장히 무시한 안”이라며 “연금개혁 공론화에서 국민들이 선택한 것은 50%였으므로 그 정신을 지키는 게 필요하다. 지난 국회에서 야당 대표가 44%를 받겠다고 했는데, 정부가 42%를 내면 그 협상에 누가 나가겠나. 판을 깨자는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반면 재정안정화 측인 오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정부, 행정부 입장에서는 40%을 제출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국민연금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소득대체율 인상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세대별 갈라치기” vs “형평성 문제 놔두면 안돼”

우선 세대별 보험료 인상 속도 차등화를 두고 맞붙었다. 정부는 지난 4일 연금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세대별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연령그룹별로 다르게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50대인 가입자는 매년 1%p, 40대는 0.5%p, 30대는 0.33%p, 20대는 0.25%p 인상하는 방식이다. 50대는 1%p씩 올라 4년 만에 13%에 도달하는 반면, 20대는 0.25%p씩 16년간 인상해 2040년 13% 보험료를 납부하게 된다.

남 교수는 세대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21대 국회 연금개혁 공론화 결과, 20대가 ‘더 내고 더 받는 안’에 찬성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그런데 정부가 국가 권력을 내세워서 이 (세대별 보험료 차등 인상)안을 통해 ‘너희 불이익 받고 있지? 너희 억울한 거야’라고 얘기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연금은 사회보장제도로 능력에 따라 부담하는 것이다. 연령에 따라 부담하는 제도는 이 세상에 없다”면서 “정부라면 세대 갈라치기할 수 있는 이런 제도는 내놓지 않는 게 맞다. 오히려 세대 간 연대를 강조하며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위원장은 연금개혁 지연에 따라 세대 간 형평에 문제가 발생했다며,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기 전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짚었다. 특히 국민연금 도입 당시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로 설계돼 50대는 급여 혜택이 컸던 만큼, 더 부담하는 게 맞다는 지적이다.

그는 “(국민연금 도입 당시) 보험료율 3%에 소득대체율 17%로 시작한 나라가 없다. 그만큼 국민연금이 가입자 내 차이가 존재할 만큼의 이례적인 제도”라며 “국민연금 안에서 세대 간 형평성 문제가 존재한다. 이걸 그대로 놔두는 게 오히려 문제”라고 했다.

자동조정장치, 재정안정론·소득보장론 전문가 모두 ‘절레절레’

‘연금액 삭감’ 논란이 일고 있는 자동조정장치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

자동조정장치는 물가인상률, 기대여명 등 거시 변수에 따라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연금 수령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기금 고갈이 예상될 경우 자동으로 납부액을 올리고 수급액을 줄일 수 있다.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할 경우 기금 소진이 30년 이상 늦춰지는 효과가 있으나, 연금액 삭감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오 위원장은 “지금 국민연금에서 자동조정장치를 얘기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한 서구의 나라들은 일정 부분 재정 안정화를 갖췄다. 인구, 경제 상황 등이 변동되면 자동으로 반영하는데, 자동조정장치로 인한 변화가 크지 않다”면서 “한국 국민연금은 그렇지 못하다. 자동조정장치를 탑재하면 보험료를 무척 빠르게 올리거나 급여를 깎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 않아도 미래 급여 지급 가능성에 대해 국민들의 불신·불안이 큰데, 자동조정장치를 탑재하게 되면 연금개혁 논의에 있어 사회적 합의를 하는 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남 교수도 “현재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고, 노인 빈곤율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연금 급여 수준이 높지도 않은데,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연금 제도가) 적절하게 운영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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