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8시 30분부터 75분간 진행되는 코요태·송가인·권은비 공연을 보려고 주무대 좌석은 2시간 전부터 만석이었다. 모든 축제가 축제 성격을 무시하고, 인기가수를 부르는 건 관람객수를 순식간에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중가수 공연은 지자체장과 외빈이 참석하는 개막식에 관람객 운집을 과시하려고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일회성 공연에 축제 예산 중 많은 돈을 잡아먹는다는 것이다.
올해 출연진은 중노년층, 젊은층 모두를 겨냥해 ‘전략적으로’ 구성됐다. 60대 이상도 잘 아는 코요태, 트롯으로 중노년 인기를 끄는 송가인, 줏가 오르는 아이돌 여가수 권은비가 무대에 올랐다. 거기에 청소년·MZ세대까지 모으려고 신생 남자그룹(8TURN)·걸그룹(LIGHTSUM)을 가미했다.
축제 홈페이지는 벌써 오랜전부터 춤축제 콘텐츠는 뒷전이고, 개막식 가수 라인업 팝업창을 요란스럽게 띄웠다. 출연진 중 몇 명은 1회 출연료가 2000만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축제 예산 35억원은 전액 시비로 충당하고 있다. 이 중 가수 부르는데 얼마나 들어갈까. 상상에 맡기겠다.
축제전문가 서정선 더페스티벌 대표는“더이상 가수를 집객(集客) 도구로 사용해선 안 된다”면서 “요즘 축제 평가단도 관람객수에 의미를 두지 않는데 아직 단체장에 보여주려는 주관단체 넌센스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가 지난 8월 열린 0시축제 관람객을 200만명으로 발표해 정치권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25일 한 대전시의원은 시정질문에서 “0시 축제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며 “여러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관람객은 75만 명가량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깎아 내렸다. 직접경제효과도 시가 발표한 1123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17억원 정도라고 주장했다. 사실 0시축제는 ‘대전발 0시50분…’ 노래에 착안한 그냥 줄기면 되는 소비성 축제다. 그런데도 “특색 없이 연예인 공연에만 의존하는 실패한 축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산서 매년 10월에 열리는 외암마을 짚풀문화제를 보자. 오래전 대중가수 공연을 그만뒀다. 축제 성격과 맞지 않을뿐더러 많은 예산이 “쓸 데 없는 데 들어간다”는 각성에 따른 조치다. 당시 언론 등 주위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았다.
20회째인 천안흥타령춤축제는 성년을 맞았다. 시 자체 평가처럼 “춤을 테마로 지역성을 살려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세계 각국이 인정하는 국제적인 문화콘텐츠”로 자리잡았다. 올해 축제컨셉은 작년과 같은 ‘도전과 창조정신이 어울어진 춤’ 이다. 주관단체인 천안문화재단은 최근 각광받는 스트릿댄스에 주목, 이 분야 국제챔피언십을 신설했다. 이제 각국 민속춤 보여주기 단계서 벗어나, 세계 현대춤 경향을 확인하는 축제로 차별화하려는 노력이다.
그런데 올해 개막식 가수공연 시간을 지난해 58분에서 75분으로 18분(30%)이나 늘리고, 또 더 인기도 높은 연예인을 불렀다. 지난해 출연진은 7명인데 2~3명 빼고는 인지도가 떨어지는 편이었다.
이젠 축제 평가가 신뢰성 떨어지는 관람객수(지난해 87만명), 경제효과(433억원) 과시에 몰두하지 말자. 춤축제에 걸맞게 참가 단체의 춤 수준 향상, 새로운 춤 경향성을 찾아내는 데 노력하자. 천안흥타령춤축제는 이제 젖먹이 단계 축제가 아니다.
/ 천안 · 아산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