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 누굴 위한 것인가? [기고]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 누굴 위한 것인가? [기고]

최성덕 공학박사(전 대구경실련부실불량추방운동본부장)

기사승인 2024-10-21 10:49:13
최성덕(공학박사)
전투기소음피해보상운동본부 상임대표
전)대구경실련부실불량추방운동본부장

과거에는 생산자들은 제품을 판매하면 그 이후에 발생하는 폐기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고 전부 소비자에게 전가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용 후 발생하는 폐기물의 재활용까지 생산자가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한 것이 ‘생산자책임재활용(EPR :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제도’이다.

이 제도는 제품생산자는 포장재를 이용한 제품의 생산자에게 그 제품이나 포장재의 폐기물에 대하여 일정량의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활용에 드는 비용 이상의 재활용 부과금을 생산자에게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제도가 대체로 잘 이행되고 있으나 폐타이어만큼은 열외가 되는 것이 문제이다. 폐타이어는 재활용 대상이지만 환경부의 미온적인 관리 감독으로 온 산천에 폐타이어가 방치되고 있어 이 제도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현재 타이어 제조사들은 EPR 제도를 비웃으면서 악용하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최근 언론에서는 연일 타이어 제조사와 수입업자 및 환경부가 EPR 제도를 잘 이행하지 않는다고 뭇매를 가하고 있다.

타이어에 대한 EPR 제도는 소비자인 차량 운전자가 차량을 구매할 때 이미 폐타이어 재활용 처리 비용을 부담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타이어 제조회사와 수입사들이 폐타이어 회수 및 재활용 책임을 지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3중으로 처리 비용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 문제점이다. 앞서 밝혔듯이 차량 구매 시에 부담하고 카센터 등에서 타이어를 교체할 때도 부담하고 있다.

타이어 한 개당 지방에서는 약 5000원, 수도권에서는 약 2~3만원씩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다가 각 지자체에서는 방치되고 있는 폐타이어를 국민 혈세로 수거하고 있다. 이것도 국민 부담이다.

참으로 기가 찬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사실을 소비자인 국민은 전혀 모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 253개 시군구에서 실태조사를 한 바에 의하면 방치된 폐타이어가 연간 900여 톤에 이르고 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315억이나 된다. 이와 같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폐타이어에 대한 EPR 제도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환경부 훈령 제1568호 지침인 별지 제2호 서식에 규정하고 있는 세부 품목에 타이어가 빠졌기 때문이다. 세부 품목에 타이어가 적시되면 소비자가 3중으로 부담해야 할 이유가 없다. 환경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러한 법적인 미비점을 교묘히 이용하는 타이어 제조사와 수입업자들만 꿩 먹고 알 먹고 있는 격이다. 현실이 이러한데 왜 환경부는 지금까지 방치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밝히기를 촉구한다.

모르고 있다면 이것도 문제지만 알고 있으면서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은 생선가게를 고양이에게 맡겨 놓은 꼴로 환경부가 직무유기하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폐타이어 관련 담당자들을 엄중히 문책해야 할 것이다.

이런 사실을 국민이 알게 된다면 분기탱천할 일이 아닐 수 없다. 환경부 지침에 따라 폐타이어 분리수거량을 조사한 후 재활용하도록 하면 이는 얼마든지 소비자들이 3중 부담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을 환경부가 방치하고 있는 것은 환경부가 타이어 제조사와 수입업자들의 뒷배를 봐주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의혹을 받지 않으려면 단호한 조치를 하기 바란다.

어떤 일이 있어도 폐타이어 처리비는 제조사와 수입업자가 부담하도록 해야지 국민이 3중으로 부담하게 하거나 국민 혈세로 처리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환경부의 물렁물렁한 EPR 제도 운용 때문에 타이어 제조사와 수입업자의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고 있다.

폐타이어 처리를 관장하고 있는 곳은 타이어 제조사들이 출자하여 결성한 대한타이어산업협회(공제조합)이다. 이 협회의 회장은 국내 굴지 타이어 제조사인 금호, 한국, 넥센 타이어 대표들이 번갈아 가면서 역임하고 있다.

이것도 개선해야 한다. 회장은 시민단체와 외부 전문가들이 맡도록 해야 제조사들이나 수입업자들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이어 분담금은 자신들이 납부하고 자신들이 관리하고 있어서 협회 운영상 문제점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므로 제도적인 보완책이 절실하다.

협회의 운영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다음과 같다.

▶ 폐타이어는 유가성이 있다고 재활용을 무상 위탁으로 계약을 강제하고 있는 점 ▶ 무상 위탁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물질 재활용 업체에 폐타이어를 공급해 주지 않는 점 ▶폐타이어 운반업체에게 운반 거리가 멀든 가깝든 상관하지 않고 십여 년간 톤당 3만 5천 원만 지급하고 있는 점인데 이런 터무니 없는 운반비 때문에 운송업자들은 아무 데나 유기하고 있는 점 ▶ 타이어 제조사들은 폐타이어 재활용 업체와 무상 위탁계약을 체결하여 환경공단으로부터 재활용 의무 분담금을 외부 재활용에 비례한 금액을 분담금에서 공제받고 있는 점 ▶ 타이어 제조사는 폐타이어에 대해 대한타이어산업협회(공제조합)에 분담금을 납부하지 않는 점 ▶ 함량이 오버된 분철을 제강, 제련 공장에서 사용해도 방치하고 있는 점 등이다.

자원 재활용법 제16조에는 중소기업에 부당하게 체결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이렇게 제조사들은 폐타이어 EPR 제도의 허점을 교묘히 악용하고 있어도 환경부에서는 방치하고 있다. 1년에 한 번이라도 협회에 대한 감사를 제대로 하면 시정될 수 있는 문제점인데도 환경부는 직무유기하고 있어서 EPR 제도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고 단언한다.

대한타이어산업협회(공제조합)의 전횡에 대하여 환경부는 철저한 관리 감독을 하여 시정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금호, 한국, 넥센타이어는 영세 중소기업 재활용 업체에 피를 빨아 먹는 흡혈귀라고 규탄하고 있는 환경단체의 목소리를 깊이 새겨듣기를 바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글=최성덕 공학박사(전 대구경실련부실불량추방운동본부장)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노재현 기자
njh2000v@kukinews.com
노재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