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지나도 여전한 슬픔”…성수대교 붕괴 참사 합동위령제

“30년 지나도 여전한 슬픔”…성수대교 붕괴 참사 합동위령제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안전불감증 굴레 벗어나야
정원오 성동구청장 “갈 길 멀지만 안전사회 만들 것”

기사승인 2024-10-21 13:07:17
2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성수대교 북단 참사 희생자 위령탑에서 열린 성수대교 붕괴 참사 희생자 합동위령제를 찾은 유가족. 사진=임지혜 기자

30년 전인 1994년 10월21일 오전 7시44분 서울 성수대교. 배가 내리던 흐린 날씨 속 출근, 등교를 위해 차량이 분주히 다리 위를 달리고 있던 그 때, 10번과 11번 교각 사이 상판 48m 구간이 갑자기 무너져 한강 다리 위로 떨어졌다. 무학여고 교사와 학생, 직장인 등 시민들을 태우고 있었던 15번 시내버스와 승합차 1대, 승용차 4대 등 차량 6대가 추락했다. 이 사고로 3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치는 등 사상자 49명이 나왔다. 

“엄마, 아빠는 여전히 기억하고…아직도 사랑해”

2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성수대교 북단 차로변에 걸린 희생자 유가족의 현수막 뒤로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자동차 전용도로인 강변북로 사이, 위령탑이 있는 100여㎡ 남짓한 터와 주차장의 유일한 건널목인 횡단보도에는 신호등조차 없어 아침 일찍부터 성동구청 직원들이 안내를 하고 있었다. 안내를 받고 길을 건너자 등 뒤로 차량이 빠르게 달렸다. 성동구가 조성한 작은 오솔길을 지나자 성수대교 참사 희생자 위령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참사 30주기를 맞은 ‘희생자 합동위령제’에 희생자 유가족과 무학여고 교직원, 성동구청, 성동구의회 관계자 등이 모였다. 

위령제는 이날 오전 11시 성수대교 붕괴 참사 희생자 위령탑에서 열렸다. 주변이 도로인 특성상 위령제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빠르게 지나가는 차량 소리와 경적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러나 성수대교 참사 희생자 위령비가 있는 이곳에서 유족의 시간은 여전히 30년 전에 멈춰져 있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21일 성수대교 붕괴 참사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추모하고 있다. 사진=임지혜 기자

참석자들은 위령탑 앞에 차례로 나와 묵념하고 흰색 국화를 내려놓았다. 김미윤 무학여고 학생회장이 추모시를 낭독하며 참사로 희생된 피해학생 이름을 한 명씩 부르자, 자리에 앉은 참석자 일부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성수대교 희생자 유가족 전 회장인 김학윤씨는 추모사에서 “성수대교는 교량 설치 이후 유지보수를 한 번도 안한 상태였고, 붕괴 조짐이 있다는 언론 보도에도 맥없이 보고만 있던 정부가 원망스러울 따름”이라며 “우리는 지난 30년을 형제, 자매, 아버지, 어머니를 가슴에 묻고 눈물로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그럼에도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2010년 백령도 천안함 피격사건, 2014년 세월호 참사, 2014년 테크노밸리 판교 추락사고 등을 열거했다. 이어 “우리 모두가 안전요원이라는 생각으로 안전불감증 굴레에서 하루속히 벗어나야 한다”며 “(위령탑은) 역사의 장이자 교육의 장이다. 성수대교와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다시 한번 바라고 고인들의 값진 희생이 잘대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1일 성수대교 붕괴 참사 희생자 합동위령제. 사진=임지혜 기자

위령제에 참석한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10년 전, 참사 20주기 위령제부터 성동구가 함께 해오면서 사죄의 마음으로,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을 위로하는 유일한 길은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안전한 사회를 위한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그날까지 저희는 함께 가겠다”고 했다. 

성수대교 위령탑 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주경 한국시설안전협회 명예회장은 “현재 추모시설은 너무 협소하고 시민들이 접근할 수 없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며 “미국 9·11 메모리얼파크처럼 많은 시민이 추모하고 미래 세대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접근이 용이한 곳에 이전해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성수대교 희생자 유가족 대표인 김양수씨는 “(계속된 대형 사고를 보면) 지킬 수 있는 생명인데, 안전불감증이 사라지지 않는 생각에 안타깝다”라고 지적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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