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환아 치료 3800명·진단 9500명…꿈 심어준 ‘이건희 극복사업’

4년간 환아 치료 3800명·진단 9500명…꿈 심어준 ‘이건희 극복사업’

기사승인 2024-10-21 16:57:14
최은화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단장이 21일 서울대어린이병원 CJ홀에서 열린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 행사에서 고(故) 이건희 회장의 부조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다엘(11세, 남)군은 지난 2018년 11월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급성림프모구백혈병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항암치료 기간 동안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의 지원으로 아홉 차례에 걸쳐 NGS-MRD 검사를 받으며, 정밀 진단과 최적화된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이어 지난 6월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강형진 교수의 집도 하에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현재 회복 중이다. 다엘군의 어머니는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의 지원이 없었다면 치료가 훨씬 더 힘들었을 것”이라며 “어려운 의료 상황 속에서 아이를 위해 애써주신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을 통해 일상을 되찾은 환자와 가족, 또 이들 곁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준 의료진과 기부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대병원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은 21일 서울대어린이병원 CJ홀에서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 2021년 고(故) 이건희 회장의 기부로 시작된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의 성과를 돌아보고, 향후 사업 추진을 지속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은 소아암과 희귀질환 환자들의 치료와 연구를 10년간 지원하는 중장기 사업이다. 소아암·희귀질환 분야는 다양한 질병과 적은 환자 수로 인해 치료법 개발이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수도권 외 지역 환자들은 의료 접근성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단은 전국적인 의료 인프라 확충과 지역 병원들과의 협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사업단에 따르면 이 사업을 통해 2021년부터 현재까지 총 9521명의 소아암·희귀질환 환자들이 진단을 받았고, 3892명이 치료를 이어갈 수 있었다. 또한 2만4608건의 코호트 데이터가 등록됐다. 전국 202개의 의료기관과 1504명의 의료진이 협력해 아이들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사업단은 1단계 기반 구축을 완료하고, 2단계에서 구체적인 치료 성과를 도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사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진행된다. 먼저 소아암 사업에 1500억원을 배정해 완치율 향상을 위한 치료 및 연구 인프라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소아 희귀질환 진단 네트워크 및 첨단 기술 치료 플랫폼 구축 사업을 위해 600억원을 투입한다. 아울러 전국 네트워크 기반의 코호트 연구를 전개하는 공동 연구에 900억원이 배정돼 있다.

김세훈 세브란스병원 병리과 교수는 “소아암과 희귀질환은 진단부터 비용 부담이 매우 크지만 정부 지원은 한계가 있다”며 “어린 친구들이 쉽게 진단 받을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줬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유전질환이나 진단 종류가 다양해져 의료진들도 모두 자세히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건희 사업을 통해 새로운 희귀질환을 연구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만들어졌고 전국구 의료진이 소통하고 치료와 진단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됐다”고 언급했다.  

최은화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장(서울대병원 소아진료부원장)은 “질병을 갖고 있지만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기회를 알리고 참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큰 숙제”라면서 “더 많은 의료진이 지치지 않고 연구와 치료를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사업단의 또 다른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업은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사업 성과를 기념하고 비전을 공유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행사장에서 상영된 ‘Together we are strong’ 영상은 소아암과 희귀질환을 이겨내는 환자들의 여정을 담아 참석자들에게 감동을 전했다. 이어진 ‘희망 이야기’ 토크 세션에선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병마를 이겨내며 꿈을 키워가는 과정, 그리고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이야기를 나누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희망을 다졌다.

행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단순한 치료와 지원을 넘어, 아이들과 그 가족들이 꿈꾸는 미래에 함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며 “전국적인 의료 네트워크와 협력을 통한 의료 접근성 향상의 목표가 점차 실현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1일 서울대어린이병원 CJ홀에서 열린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 행사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