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7대 미국 대통령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국내 유통·식품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인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국내 유통기업에도 상당한 파장이 미칠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2기는 무역수지 적자 축소를 위해 모든 수입품에 10~20% 수준의 보편관세를 부여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보편관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으로 확대 적용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기업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소비재는 FTA에 따라 현재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되고 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향후 보호관세가 한국처럼 FTA를 체결한 국가들로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미국으로 수출을 집중하는 국내 식품업체들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 현지에 공장을 보유한 기업과 달리,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업체는 보호관세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미국 통상정책의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한국에 보편관세가 부과될 경우 한국의 총수출은 약 222억~448억 달러 감소하고, 대체수요에 대한 대응이나 수출전환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실질 GDP는 약 0.29~0.67%까지 감소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롯데, CJ 등 유통 대기업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롯데는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석유화학 사업과 함께 미국에서 호텔·식품 사업을 하는 한편, 롯데웰푸드는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최근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대형 옥외광고를 진행하며 현지 마케팅에 속도를 내고 있다.
CJ도 ‘비비고’ 브랜드의 인기에 힘입어 북미 시장에서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2019년에는 미국 냉동식품 업체 슈완스를 인수해 만두, 즉석밥, 치킨 등 K-푸드를 현지에서 판매하며 현지 유통망을 확보했다. 올 2월에는 비비고의 새로운 BI(Brand Identity)를 선보이며 K-푸드 신영토 확장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CJ푸드빌의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도 미국 매장 수를 늘리며 해외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108개의 매장 수를 오는 2030년까지 1000개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자국 보호무역주의를 기반으로 수입 상품의 관세 인상에 나설 수 있는 만큼 이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보호관세 확대 가능성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에게 주요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경우 미국 내 공장이 없는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수출산업은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크게 받고 대외적인 의존도가 높은 만큼 향후 상황을 면밀히 주시해 체계적인 대응방안을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