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그린바이오 사업’ 매각설에…“라이신 기술 중국 넘어가나”

CJ제일제당 ‘그린바이오 사업’ 매각설에…“라이신 기술 중국 넘어가나”

“그린바이오 사업, 중국 공세·큰 이익 변동폭으로 정리”
업계선 우려도…“1위 한국 기업 기술 중국 넘어갈 수도”
라이신 시장 구도 변경 예상…경쟁사 대상 행보도 주목

기사승인 2024-11-27 06:00:07
CJ제일제당 사옥 전경. 쿠키뉴스 자료사진

CJ제일제당이 라이신 등 사료용 아미노산 품목 점유율 세계 1위인 ‘그린바이오’ 사업을 매각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가운데  라이신 시장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린바이오 사업은 라이신·알지닌·트립토판 등 사료 첨가제용 아미노산과 핵산 등 식품용 조미 소재를 생산하는 사업이다.

2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전체 바이오 사업 부문의 90% 이상인 그린바이오 사업을 정리하고 글로벌 식품 경영 규모를 확대할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은 이달 중순 헝가리와 미국에 총 8000억원 규모의 ‘K푸드 신공장’ 구축에 돌입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지난 20일 ‘그룹 CEO 경영회의’에서 “K푸드·K콘텐츠·K팝 등 글로벌 문화 트렌드가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마지막 기회라는 절실함으로 임해달라”고 강조한 바 있다.

반면 그린바이오 사업은 축소하는 분위기다. 불확실한 시장 상황과 글로벌사와의 경쟁 압박 등이 주요 원인이라는 평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사료용 아미노산이 주력인 CJ제일제당의 바이오 사업 부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89억원으로 전년 대비 89.1% 줄었다. 축산·사료 등을 담당하는 독립법인 CJ피드앤케어의 지난해 영업손실도 약 865억원에 달했다.

이에 시장 상황·자본 등 성장에 한계가 있어 그린바이오 사업을 정리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CJ제일제당의 바이오 사업부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리스크와 높은 마진 변동성으로 인해 식품 부문 대비 낮은 평가를 받아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의 그린바이오 사업부 매각금액을 5~6조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CJ제일제당도 이를 통해 글로벌 식품 진출을 바라보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업계에서는 라이신 제조 기술이 해외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CJ제일제당이 바이오 사업을 매각할 시 경영 안정화를 노릴 수 있겠지만, 한국 기업이 보유한 세계 1위 미생물 구성 기술과 노하우가 중국 등 다른 국가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린바이오 사업 부문 중 하나인 라이신은 동물 영양의 기준이 되는 아미노산이다. 세계에서 돼지고기 소비량이 가장 높은 중국이 최대 수출국이다. 업계 관계자는 “라이신 수율(원료 투입량 대비 라이신 추출량 비율)은 어느 미생물을 쓰느냐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 예를 들어, 사용 미생물에 따라 1시간 동안 라이신을 60% 추출하는지, 70% 추출하는지도 각 기업의 기술력”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의 그린바이오 사업 매각 여부에 따라 라이신 시장의 지각변동도 예상된다. 돼지고기 소비가 높은 중국에서 값싼 라이신 제조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어 CJ제일제당이 그린바이오 사업부를 매각할 시 중국에서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돼지고기 소비가 감소세라고 하지만 라이신 시장 규모가 큰데, CJ제일제당이 매각을 하게 되면 중국에서 매입할 가능성도 크다”며 “그린바이오 사업이 중국에 흡수되면 시장 교란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바라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라이신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부분이 아니지만, 예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중요기술을 매각한다고 하면 소비자 반발이 클 것”이라며 “CJ제일제당의 그린바이오 사업 매각도 국내 1위 기술이 다른 나라에 넘어갈 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이신은 미생물 균주의 바이오 구조 하나하나가 모두 특허일 정도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며 “CJ제일제당 입장에서는 그린바이오 사업 매각이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는 좋을 수 있지만, 국가간 관계나 시장 상황도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에서 라이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업체는 CJ제일제당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대상이 유일하다. 이에 대해 대상이 라이신 시장 주도권을 잡거나, CJ제일제당과 마찬가지로 사업을 축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대상 측은 추후 바이오 사업 운영 방향에 대해 “현재 무언가 결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시장 상황을 주시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CJ제일제당은 지난 19일 바이오 사업에 매각설과 관련해 “당사는 바이오사업에 대한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에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김건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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