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혁신학교 선택은 ‘신의 한수’...교육의 본질 추구

[기획특집] 혁신학교 선택은 ‘신의 한수’...교육의 본질 추구

[협력과 공존을 위한 충남 혁신학교] ⑤ 서산 팔봉중학교

기사승인 2024-11-28 17:54:38
충남교육청은 ‘행복한 학교, 학생중심 충남교육’이라는 교육 비전을 바탕으로 혁신교육의 선도적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혁신학교는 학생을 중심에 두고 학교교육의 본질에 집중하는 정책으로 김지철 교육감이 취임한 이후 10년 동안 교육청의 핵심 정책으로 자리잡았다.
충남교육청은 혁신미래학교 정책의 핵심을 역동성에 두고 현장 중심의 성찰을 토대로 충남 미래교육의 나아갈 방향을 탐색하고 있다. 이에 쿠키뉴스는 5회에 걸쳐 ‘협력과 공존을 위한 충남 혁신학교’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한때 학생수 감소로 존폐 위기 몰렸다 위기 탈출 

팔봉중학교 교정 전경. 사진=홍석원 기자

2017년 혁신학교로 선정된 팔봉중학교(교장 정훈희)는 서산시 팔봉면 내 유일의 중등교육기관으로 지역인재 육성과 마을교육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지금은 학생 수가 154명이지만 한때 66명까지 줄면서 존폐 위기로까지 몰렸었다. 지금은 재학생의 85%가 팔봉면을 제외한 서산시 전역에서 진학하고 있다. 

당시 교장선생님을 비롯해 전 교직원이 학교 살리기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초기 영어특성화교육을 위해 원어민 교사를 데려오고, 오케스트라단을 만들고, 시내에서 오는 학생들을 위한 돌봄과 맞춤형 지도에 나섰다. 그러한 노력들이 학부모들 사이에 알음알음 입소문이 나더니 학생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6학급 정도 됐을 때 김지철 충남교육감이 취임하면서 혁신학교가 닻을 올렸다. 

변화의 물결에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모든 선생님이 ‘한번 해보자’라며 의기투합했다.  혁신학교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되었다. 

당시 교무부장으로 첫 혁신학교 업무를 담당했던 정훈희 교장선생님은 “전에는 학교를 살리기 위해 애썼던 시기였고, 너무 많은 일들을 하고 있었고 보여주기 위한 행정도 많았던 것도 사실이었다”면서 “이제 혁신학교를 모티브로 새로운 학교를 만들고 교육의 본질을 찾아보자는 의미로 공모에 나섰었다”고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팔봉중 학생들이 만든 신문. 영자신문도 낸다.

첫 작업으로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를 교육의 주체로 세우는 작업에 나섰다. 

교사들은 교사 협의체 다모임과 전문적 학습공동체 운영을 통해 수업 혁신과 생활지도를 위한 수많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학부모들은 그들 나름대로 공동체를 설립해 교육활동 지원에 나섰다.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을 만들기 위해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교사학습공동체 ‘아름드리’를 구성했다. 핵심 성취기준을 중심으로 교과 과정을 재편하고, 교과 간 융합수업과 융합평가를 실천했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중도 입국 학생들이 원활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한국어 교실을 운영하고, 다문화 이해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폭넓은 시각을 갖춘 글로벌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왔다. 

또한 맞춤형 학력 증진 프로그램으로 방과후 학습지원과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 향상을 위해 지금껏 노력하고 있다. 

학교의 든든한 동반자인 학부모들도 팔을 걷어 부쳤다. 재능기부를 위해 목공 동아리를 운영하며 학생들에게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부활절이면 기념 달걀과 간식을 제공하는 등 교육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홍보하지 않아도 입소문으로 찾아오는 ‘교육 맛집’ 

정훈희 교장선생님.

팔봉중학교는 이제 교육의 ‘맛집’이다. 

지금도 팔봉중학교는 서산 시내에서 신입생이 지원해서 와야 유지되는 학교이다. 

특별히 홍보를 하지 않아도 학부모들이 입소문을 내주는 등 든든한 스피커 역할을 해 주고 있다. 첫째 아이가 입학하면 막내까지 보내고, 친척들 자녀까지 보내는 경우가 꽤 많다. 그 결과 지금은 지원자가 넘쳐 추첨을 통해 탈락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시 말하면 오고 싶어도 못오는 학교가 됐다. 

정훈희 교장선생님은 “팔봉의 지향점과 혁신학교의 방향성이 다르지 않고 너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으니 우리가 이것을 도입해서 간다면 우리 학교의 철학과 신념을 이끌어 가는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돌아봤다. 

선생님들은 보여주기 위한 교육활동이 아닌 진짜 학생들을 위한 교육활동을 위해 수많은 연수와 탐구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선생님들 스스로 기쁨과 감사도 넘쳐났다.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던 회의도 다 사라졌다. 

혁신학교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강오숙 선생님.

현재 혁신학교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강오숙 선생님은 혁신학교와 일반학교였을 당시와의 차이에 대해 “자율성과 다양성 추구하는데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면서 “경쟁보다 차별화된 교육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학교로 변화했다”고 단언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변화로 ‘열린 학교’를 지향하면서 학교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공동체(교사, 학생,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함께 우리 아이들의 다양한 경험과 활동을 돕기 위해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강 선생님은 이러한 특별한 교육이 가능하게 한 원동력으로 ‘교육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노력과 헌신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교사, 학생, 학부모 등 교육주체가 100% 만족하는 학교 

학생들의 창의적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숫돌재.

학부모들은 팔봉에서 행복해 하는 자녀들을 보며 큰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학교 역시 혁신학교로 선정되면서 탄탄하게 성장한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강 선생님은 “아이들이 여기에 와서 딱 일주일만 겪어보면 느낀다”라면서 “학생회 구성 등 모든 부분에서 굉장히 허용적인 분위기와 자율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라고 부연했다. 

팔봉에는 전체 학생의 20%가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다. 중도입학한 아이들의 경우 우리말이 서툴러 적응에 시간이 걸리지만 나머지 대다수는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이 잘 어울리고 있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학생자치회에서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고 그 의견이 학교에 적극 반영되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면서 “다른 학교에 비해 보호자 행사 참여가 많아 참여하다보니 아이와 유대가 좋아졌다”고 만족해 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학습공동체 활동을 통해 유리타일 공예, 난타, 목공 등을 배우고 학생들에게 다양한 나눔 기부를 했다”며 “일일교사를 통해 아이들이 생각하는 부모의 모습을 확인하고 건강한 부모의 역할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51년 전통의 무감독시험...인성교육의 원동력 

영국 런던학생들과 국제교류에 나선 팔봉 학생들.

51년째 시행하고 있는 무감독시험제도는 인성교육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선생님은 “어차피 아이들이 팔봉을 졸업하면 고등학교와 대학이라는 입시경쟁사회에 뛰어들어가야 해야 한다”면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중학교 시절에 자기 삶의 주인으로 스스로 개척하는 자율성과 책임지는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팔봉에는 교사들의 학습공동체인 ‘아름드리’가 있다. 모든 교사들이 2주에 한번씩 만나 수업나눔을 한다.  

몇 년의 노력 끝에 학년별 교육과정을 완성했다. 

1학년은 공동체 의식 함양을 목표로 교과수업과 평가, 자유학기 활동과 체험활동이 융합된다. ‘신입생 배움드림’을 통해 서로의 이름과 얼굴을 익히고 함께 신체활동으로 협동심을 기른다. 건강한 학교생활을 목표로 꿈틀텃밭, 팔봉인권지킴이, 한 학기 한 책 읽기, 영어 스킷드라마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자유학기제 교육과정을 도입했다. 

2학년은 ‘우리 마을의 환경’을 주제로 여러 교과의 수업 및 평가가 융합되어 마을-학교 공동체의 일원으로 함께 성장을 목표로 한다. 이에 따라 마을 환경 동화책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생태환경과 공동체 의식을 키우고 국어, 영어, 수학, 사회 등을 연계한 융합교과 수업을 수행한다. 

3학년은 자신의 꿈을 탐색하고 삶을 설계하는 것을 교육 목표로 다양한 직업 분야에 대한 체험을 통해 내일을 꿈을 키우도록 돕는다. 진로독서활동과 진로상담교실 운영, 맞춤형 진로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음악이면 음악, 미술이면 미술...못하는게 뭐야 

민관학이 함께하는 팔봉마을 오케스트라.

팔봉은 다양한 체험과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학교이다. 

지난해 팔봉중학교는 교육부가 주관한 ‘2023 전국 학생예술교육 공모전’에서 충남의 중등학교로는 유일하게 우수상을 수상했다. 재학생의 절반 가까이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1년 창단 이래 일대일 맞춤형 개인지도와 체계적인 합주 지도를 통해 실력을 쌓아오고 있다.

방과후 플루트, 클라리넷, 색소폰, 바이올린, 비올라 등 평소 접하기 힘든 악기들을 학생들이 직접 선택해 연습하고 있다. 

미술동아리 역시 전국학생예술동아리 페스티벌에서 상위 18개 팀에 들면서 서울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도 참여할 정도로 성장했다. 올해 충남 중고등학교 미술실기대회에서도 금상을 비롯해 11개의 상을 휩쓸었다. 

지난 5월에는 '열린 마음맞춤 페스티벌'을 개최해 학년과 반을 뛰어넘어 모든 학생들이 하나로 뭉쳐 우정과 협동을 다지고 건강한 경쟁속에서 성장하는 소중한 시간을 경험했다. 

우리마을 환경동화 만들기를 통해 팔봉중 학생들이 스스로 만든 동화책.

2021년부터 마을의 초·중고생이 마을교육 활성화를 위해 계절마다 운영하고 있는 ‘토요독서캠프’도 자랑거리이다. 

초중생들이 모여 다양한 관점과 생각을 공유하고, 모둠별 활동 결과를 발표할 때도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면서 협력을 통해 행복한 마을을 만들어간다. 

매년 열리는 숫돌제도 리더십과 협동심을 길러준다.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이끄는 특별한 행사로 축제의 기획단계부터 아이디어를 짜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해 실행까지 이끈다.  

2학년 한오름 학생은 “모든 선생님이 전교생 이름을 다 알고 계셔서 존중받는 느낌이 든다”며 선생님들의 관심과 열정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1966년 고 정계훈 이사장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소외된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한 팔봉중학교는 이제 학생들의 건강한 웃음소리가 넘쳐나고, 스스로 꿈을 찾아가는 학생들로 교육공동체 모두가 행복한 학교로 변화했다.
(이 기사는 충남교육청의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
홍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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