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의로 재취업했다고 ‘배신자 낙인’에 부모 욕까지…복지부 수사 의뢰

일반의로 재취업했다고 ‘배신자 낙인’에 부모 욕까지…복지부 수사 의뢰

기사승인 2024-12-03 15:08:13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수련을 받으려던 ‘예비 전공의’가 병원에 일반의로 취업했다는 이유로 동료 의사들에게 신상을 털리고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정부는 사안이 심각하다고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온라인 커뮤니티 여러 곳에 ‘의사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집단 린치를 폭로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서울대병원 소아과에서 수련을 받을 예정이었고, 현재는 2차 병원인 B병원에서 일반의로 근무하고 있다. 

A씨는 “익명 의사 커뮤니티에서 몇 주간 지속적으로 실명을 포함한 신상정보 공개, 허위사실을 포함한 명예훼손, 협박, 모욕·욕설을 포함한 극단적 집단 린치(괴롭힘)를 당하고 있어 이를 폭로하고 도움을 구하고자 글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A씨가 2차 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한 당일부터 그의 신상을 확인하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출근 첫 날 의사 커뮤니티에 “B병원에 2명이 지원했다는데 누군지 아는 사람?”이라고 묻는 글이 올라왔는데, 그로부터 이틀 뒤 A씨와 입사 동기의 실명이 공개됐다. 커뮤니티에선 A씨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동료 등에 칼 꽂고 신나? 숨어서 벌벌 기면서 하지 말고 떳떳하게 해”, “선배들 다 죽이고 그 원한을 그대로 가져갈 텐데 멀쩡하게 수련받을 수 있겠나”, “한 자리라도 준다냐?”, “배신자 낙인찍어야 한다” 등의 비난 글과 댓글들이 이어졌다. A씨의 부모를 비난하는 표현도 있었다.

A씨는 본인이 수련을 재개한 것이 아니라 일반의로 취업했음에도 B병원이 수련병원이라는 이유로 ‘배신자’ 취급을 받았다고 했다. A씨는 “처음에는 ‘감귤’이 수련병원에서 수련을 받는 수련의만을 지칭했으나, 나중에는 수련병원에서 일반의로 근무하는 ‘촉탁의’까지 확대돼 비난의 대상이 됐다”고 짚었다. 감귤이란 의료계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는 의사를 비하하는 말이다.

A씨는 “평일에는 조용하다가도 약속이라도 한 듯 토요일마다 게시글이 올라온다. 볼 때마다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고, 가슴이 쿵쾅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린다”며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가 강렬한 악의를 갖고 저를 추적하고, 조롱하고, 비난하는 게 화가 나면서도 동시에 두려워서 수시로 가슴이 조여온다”고 토로했다. 이어 “동기 선생님이 제게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온 것을 알려준 뒤 바로 그만뒀고, 저는 그만둘 수 없어 계속 근무했다”면서 “필요에 의해 직장을 구했고, 누군가한테 피해를 주려던 것도 아닌데 갑자기 수백 명이 조롱하고 비난하는 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덧붙였다.

A씨가 이 같은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자 의사 커뮤니티는 A씨를 강제 탈퇴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자신의 실명을 공개하고 이른바 ‘좌표찍기’를 한 회원들을 고소했다. 또 국민동의청원을 올리고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보건복지부는 즉각 해당 게시글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앞서 지난 10월 검찰은 의료계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전공의·의대생의 명단이 적힌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의사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와 텔레그램 등에 유포한 사직 전공의 정모씨를 구속기소했다. 정씨는 의료현장을 지키는 전공의·전임의·의대생 등 1100여명을 ‘감사한 의사’라고 비꼬며 이들의 소속 병원과 진료과목, 대학, 성명 등을 온라인에 총 26회에 걸쳐 배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정모씨 측의 보석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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