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계엄령 사태가 빚어지면서 유통가도 피해 발생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배송이나 유통, 물류 등의 산업은 평소처럼 정상 운영된 것으로 나타났으나 업계에선 이번 사태로 인한 후폭풍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매출 타격으로 인해 소비 침체가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새벽배송 등의 물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항만과 선박 운영도 밤새 정상적으로 이뤄져 수출 역시 차질이 있진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쿠팡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주요 담당자들이 비상대기했으나 ‘통행금지’는 없어 새벽 로켓배송은 이상 없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SSG닷컴도 이날 새벽 배송을 정상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배달앱인 쿠팡이츠와 요기요도 비상계엄이 해제되면서 “평소와 같은 근무 체계를 유지하고, 배달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달앱들은 계엄사태가 심야에 발생해 주문량 등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날 오전 영업 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영업본부 임원 임시회의를 소집했다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계엄령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임원들이 온라인을 통해 긴급 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CJ대한통운, 한진 등 물류 업체들도 현장 특이사항은 없으며 평소와 다름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새벽에 물류 이동하면서 발생한 특별한 문제는 없다”며 “당장 대책을 수립하진 않겠지만 향후 상황을 지켜보며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발동한 계엄령은 6시간 만에 해제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통행금지 등의 별다른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향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연말 소비심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계엄령 사태로 소비자들이 불안을 겪으며 소비심리는 다시 움츠러들 것”이라며 “환율도 불안정하고 물가도 오르고 있어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론 4분기도 유통 기업들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라고 전망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일시적으로 생수와 라면 등 비상식량을 찾는 수요가 급증하기도 했다. 특히 즉시 물품 구입이 가능한 편의점을 중심으로는 사재기 현상이 벌어졌다.
편의점 A사가 비상계엄령 선포 직후인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자정까지 전국 점포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대와 비교해 통조림 매출이 전주 같은 요일의 시간대보다 4배 이상(337.3%)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봉지면 253.8% △생수 141% △즉석밥 128.6% △건전지 40.6% 등의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
같은 기간 편의점 B사도 통조림 75.9%를 비롯해 햇반 38.2%, 생수 37.4%, 라면 28.1%, 건전지 25.7%, 식재료 23.8% 등 판매량이 증가했다. 이는 비상계엄에 대비하려는 50~60대 중장년층의 고객 수요가 높아진 영향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