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만 경찰을 이끄는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지난 13일 밤 10시를 넘겨 구속됐다. 경찰 1‧2인자의 동시 구속은 사상 초유의 일로 지휘 공백이 불가피해졌다는 우려가 잇따른다.
남천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실시하고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남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는 사유를 들었다.
조‧김 청장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된 가장 큰 사유는 이들이 계엄 전 윤석열 대통령과 안전가옥(안가)에서 회동한 사실을 숨기고 국회에서 위증까지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조‧김 청장은 비상계엄 선포 직전이었던 3일 오후 7시께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윤 대통령과 만났다. 여기서 A4 용지로 된 계엄 관련 문서를 전달받았으나, 두 사람 모두 국회와 경찰의 1차 조사에서 해당 사실을 숨기고 거짓으로 증언했다.
경찰은 이들이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사전에 알았다고 추정하고, 형법상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란죄는 우두머리·중요 임무 종사자·단순 가담자 등으로 나눠 처벌한다. 경찰은 이들을 김용현 전 장관과 같은 급의 계엄 사태 주동자 중 하나로 보고 있다.
한편 조 청장은 안가 회동 뒤 공관으로 이동해 아내에게 “말도 안 된다”고 말하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받은 A4 용지를 직접 찢었다고 진술했다. 김 청장 역시 해당 문건을 갖고 있지 않다며 증거 제출을 거부했다. 그러자 경찰은 이러한 행위 역시 증거인멸 시도에 해당한다고 봤다. 아울러 조·김 청장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3일 밤 불법적인 국회 출입통제를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계엄 해제 표결을 위해 국회로 향하는 국회의원의 출입을 이들이 막도록 지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김 청장이 구속되면서 ‘내란 수괴’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수사의 칼끝이 겨눠질 거란 전망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조 청장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신에게 6번 전화를 걸어 “다 잡아들여. 계엄법 위반이니까 체포해”라고 말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에서는 조 청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12일 국회를 통과한 바 있다. 조 청장은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을 동시에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이에 따라 경찰 지휘부 역시 장기간 공백에 휩싸일 수밖에 없게 돼 경찰 조직의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장 잔혹사’도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2003년 경찰청장 임기 2년제가 도입된 이후 청장에 오른 14명 가운데 5명만 2년 임기를 채웠고 나머지는 모두 중도 사퇴하거나 퇴임 후 구속되는 등 불명예 퇴진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