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자업계가 ‘기회의 땅’ 인도에 공을 쏟고 있다. LG전자는 인도법인 기업공개(IPO)를 공식화했고, 삼성전자도 인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인도법인 IPO 관련 시장 상황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6일 상장예비심사서류를 인도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시장 상황과 사전 수요 예측 결과 등에 따라 최종 상장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 1997년 인도에 첫 진출했다. 지난 27년간 올레드 TV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전자레인지 등 주요 가전제품 분야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인도 올레드 TV 시장에서 점유율 64.2%를 차지했다. 전자레인지의 경우에도 40%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매출도 이를 증명한다. LG전자의 인도법인은 지난 2021년 매출 2조6255억원, 순이익 1985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꾸준히 성장해 올해에는 지난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3조733억원, 순이익 2905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매출이 4조원을 돌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인다.
이같은 성과는 LG전자가 인도의 기후 조건과 전력 인프라, 생활 문화 등을 고려한 현지 특화 제품을 통해 시장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음악을 즐기는 인도인들의 성향을 반영해 TV의 사운드를 특화하거나, 현지 고객에게 필요한 자동 조리메뉴 등을 전자레인지에 탑재했다.
구매 상담, 배송, 설치, 수리, 유지보수를 직접 챙기는 밀착형 서비스도 제공도 점유율 확대에 기여했다. LG전자는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 ‘구독 모델’을 인도에서도 선보인다. 현재 사업검증을 하고 있는 단계이며 오는 2025년 정식으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향후 법인 상장이 이뤄지면 추가적인 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 현지인들도 LG전자의 지분 매입이 가능해진다면 ‘프리미엄 국민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도 스마트폰과 가전이라는 양 날개를 통해 인도에서 비상하고 있다. 지난 3분기 기준 삼성전자 인도 법인의 연간 누적 매출은 13조5331억원이다.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순이익은 1조2118억원이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자리매김하는 추세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매출 점유율 22.8%로 1위를 기록했다. 보급형인 갤럭시 A 시리즈가 아닌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 S 시리즈 판매 호조로 매출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다. 애플과 중국 브랜드들이 그 뒤를 이었다.
가전을 통해서도 인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23년과 지난해에는 연달아 인도에서 TV 신제품 공개 행사를 열었다. 지난해에는 AI TV를 공개,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도 현지 특화 기능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냉장고의 경우, 인도식 유제품 ‘커드’의 제조와 보존이 가능한 기능을 탑재했다. 또한 인도의 불안한 전력 상황을 고려해 전압 보호 기능과 정전이 되더라도 최대 12시간 냉동·냉장 상태가 유지되는 기능도 담았다.
LG전자와 삼성전자 모두 인도 시장 공략에 힘을 쏟는 이유는 ‘발전 가능성’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 퓨 리서치에 따르면 인도 인구의 40%는 25세 미만이다. 반면 가전 등 내구 소비재의 보급률은 매우 낮다. 지난해 기준 인도 TV 보급률은 72% 수준이다. 냉장고 38%, 세탁기 17%, 에어컨 8% 등으로 조사됐다. 소비 인구는 늘어나고 있지만 가전 보급률은 낮아 향후 시장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에 더해 프리미엄 시장을 받쳐 줄 중산층도 증가하고 있다. 연간 가계 소득이 50만~300만 루피인 중산층의 비율은 지난 2005년 14%에서 지난 2021년 31%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오는 2047년에는 63%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부터 인구 대국인 인도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며 “향후 프리미엄 시장이 더 커지면 인도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영향력도 더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