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국민 5명 중 1명은 65세 이상 노인이라는 얘기다. 부양해야 할 노인인구가 늘어나면서 국민연금 재정도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연금 수급개시 연령을 올려 연금 소진 시점을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6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가 1024만4550명으로, 전체 주민등록 인구(5112만1286명)의 20%를 차지했다. 유엔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 국가가 됐다. 지난 2000년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7.3%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뒤 약 24년 만에 초고령화 사회로 전환했다. 지금까지 진입 속도가 가장 빨랐던 일본(35년)보다도 크게 앞선다. 약 700만명에 이르는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와 900만명이 넘는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차례로 노인 세대로 들어오면서, 고령화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23년 3657만명에서 2044년 2717만명으로 940만명 감소할 전망이다.
부양해야 할 노인인구는 느는데, 일할 사람은 줄어들면서 각종 복지 재정 부담이 크게 불어나게 됐다. 특히 국민연금 재정에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연금 수급자는 지난달 700만명을 돌파했지만, 보험료를 낼 생산인구는 줄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연금 제도가 유지되면, 3년 뒤엔 국민연금 역사상 처음으로 연금 지급을 위해 기금을 헐게 되고, 오는 2056년엔 연금 곳간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된다.
연기금 소진 시점을 늦추기 위해 연금을 받는 나이를 올려야 한다는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은 63세로, 오는 2033년엔 65세로 올라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10월부터 11월까지 전국 만 19~75세 30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회정책 국민 인식조사 결과, 국민연금 개혁 방안으로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연령을 늦춰야 한다’는 응답은 44.7%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을 늦춰야 한다는 응답이 지난 2022년 32%에서 2024년 44.7%로, 12.7%p 증가했다.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가 지난해 9월 발표한 ‘국민연금 개혁 관련 최종보고서 초안’에도 연금 수급개시 연령 상향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재정추계위는 2038년부터 5년마다 연금수급개시 연령을 1세씩 늘려, 2048년 68세까지 높이자고 제안했다. 다만 59세로 고정돼 있는 의무가입 연령도 함께 조정해 수급개시 연령과 순차적으로 일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가적 가입기간을 확보해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단 수급개시 연령이 올라가면, 현재 법정 정년인 60세부터 연금을 받는 시기까지 무려 8년의 소득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 고령자 계속고용 정책 등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한 실정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26일 쿠키뉴스에 “기대수명이 길어지는 만큼 수급 개시연령 상향은 불가피하다”면서 “연금 받는 시기가 늦춰지면 노후소득 단절에 대한 대응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고령자들의 노동 시장 참여를 촉진할 수 있는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