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교체되거나 레임덕에 빠지면 경제정책들은 폐기되거나 축소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 현 경제정책들도 위태로운 상황. 하지만 경제정책은 연속성이 보장될때 예측 가능성을 높여 시장의 신뢰를 받게된다. 장기적인 경제 성장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전제이기도 하다. 편집자주 |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매년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공공택지, 정비사업, 비아파트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 여러 정책에도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 ‘공급 불안’ 우려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탄핵 여부와 상관없이 공급 확대 정책은 유지해야 한다고 입 모았다.
정부는 집값 안정화를 위해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춰왔다. 윤 정부는 임기 내 전국 270만호 주택 공급을 하겠다고 약속했고 실제 매년 주택 공급을 발표했다. 2022년 8‧16대책, 2023년 9‧26대책, 2024년 1‧10대책, 8‧8대책이 대표적이다.
구체적으로 2022년엔 270만호 공급 계획과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서울에 50만호, 수도권 전체(서울 포함)로는 도심·역세권·3기 신도시 등에서 총 158만호 공급 계획을 세웠다. 정비사업 확대를 위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 안전진단 규제 완화도 발표했다.
2023년엔 PF부실 관련 공급자 금융 지원 방안에 집중했다. 구체적으로 △PF대출보증 확대 △부동산 PF 단계별 사업성 제고 및 금융공급 확대 △중도금 대출 지원 등을 내놨다. 공급 촉진을 위해 △공공택지 전매제한 완화 △조기 인허가 인센티브 △분양사업의 임대전환 공급 촉진 △공사비 증액 기준 마련 △인허가 절차 개선 등도 마련했다.
2024년엔 두 차례에 걸쳐 공급 확대 정책을 발표했다. 먼저 1·10대책은 30년 이상 된 아파트는 안전진단 통과 없이 재건축을 착수할 수 있도록 해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에 방점을 뒀다. 8‧8 대책은 서울 및 인근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8만 가구 이상 신규 공급과 재개발·재건축 특례법(가칭) 제정을 통한 정비사업 단계 축소 및 재건축 부담금 폐지, 빌라 등 비(非)아파트 구입자 청약 시 무주택 인정 범위 확대 등을 마련했다.
윤 정부는 다방면으로 공급 대책을 마련했지만 정작 공급 실적으로는 이어지진 않았다. 정책 기조와 달리 착공‧인허가‧준공 실적은 감소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부터 2025년까지 50만 가구 이상 공급 부족이 누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산연은 문재인 정부 5년 평균 54만호에 달하던 인허가 물량이 2023년 42만호, 2024년 35만호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올해 착공 물량도 33만호로 크게 줄었다.
착공과 분양, 준공도 모두 감소했다. 구체적으로는 착공 물량은 △ 2019년 47만9000호 △ 2020년 52만6000호 △ 2021년 58만4000호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 2022년 38만3000호 △ 2023년 24만2000호 △ 2024년 26만호로 급감했다. 주산연은 2025년 착공물량이 30만호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분양 물량도 △ 2019년 31만4000호 △ 2020년 34만9000호 △2021년 33만7000호에서 △2022년 28만8000호 △2023년 19만2000호 △2024년 23만호로 감소 추세다. 2025년은 25만호로 전망됐다.
준공 물량은 △ 2019년 51만8000호 △ 2020년 47만1000호 △ 2021년 43만1000호 △ 2022년 41만4000호 △2023년 43만6000 △ 2024년 44만호를 기록했다. 2025년엔 착공 물량 감소에 따라 33만2000호로 급감할 전망이다. 윤 정부는 확대 정책 기조를 펼쳤으나 시장에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는데 시간차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집값 안정을 위해 공급 확대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공급 확대 정책은 안 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전 문재인 정권도 윤석열 정권도 확대해 온 것”이라면서 “윤 정권의 핵심 정책인 3기 신도시 개발, 그린벨트 해제, 1기 신도시 재건축 등 기조 유지가 필요하다”라고 진단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윤 정부 국정과제는 과다하게 강화된 부동산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와 정비사업 확대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였다”며 “정권이 바뀌어도 이 같은 기조를 확 바꿀 수는 없다. 이미 기반을 다져놨기 때문에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찬 주산연 연구원은 “윤 정부가 주택 공급 기반을 다지려고 했으나 단기적으로 성과가 나타나는 정책은 아니다”며 “정권 교체에도 공급 정책은 그대로 진행해야 할 것”이라 밝혔다.
다만, 정권 교체 시 주택 공급에 대한 세부 방식은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소장은 “정권에 따라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며 “1기 신도시의 경우 공공이 주도해서 빠른 공급을 하는 방안이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도 “민주당이 집권해도 현 정부 정책 방향성이 맞기에 큰 틀의 공급 정책은 유지될 것”이라면서 “공공, 임대 부분은 바뀔 수 있으나 향후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지역 불균형 해소는 시급한 과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급 확대와 민간 주도 활성화를 통해 시장 안정과 주거 여건 개선을 목표로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투기 과열과 지역별 양극화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권 교체 시 GTX와 교통망 확충,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는 유지하되 투기 방지와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