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푸드 수출액은 100억달러를 바라보며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특히 전세계에 ‘건강’과 ‘매운맛’으로 K-푸드의 위치를 공고히 하며 수출길을 열었다. 그러나 김, 올리브유, 커피, 과자 등 일상과 가까운 식품 가격 조정에 따른 갈등과 오너리스크에 따른 이미지 실추 등 잡음도 나타났다.
29일 식품업계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11월 누적 농식품 수출액은 90억500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8.1% 증가한 수치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연간 농식품 수출액은 2019년 70억3000만달러, 2020년 75억7000만달러, 2021년 85억4000만달러, 2022년 88억달러, 지난해 89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식음료는 건강을 강조한 ‘제로’와 ‘매운맛’ 트렌드를 일으키며 전성기를 맞았다. 코로나 이후 지속된 ‘헬시플레저’ 열풍은 올해도 지속됐다. 롯데웰푸드 제로, 이에 식품업계는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자 다양한 제품군에서 제로 칼로리와 저당 및 대체당 제품을 줄줄이 선뵀다.
그러나 지속된 가격인상으로 소비자와의 마찰도 늘었다. 올해 고물가와 경기침체 등이 장기간 지속되며 식품업계는 원자재값, 인건비 상승 등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는 폭염으로 재배 면적이 감소해 가격이 폭등했다. 지난 19일 미국 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 열매를 가공한 코코아 선물 가격은 톤당 1만2605달러(약 1865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0% 이상 폭등했다. 이에 해태제과, 오리온, 롯데웰푸드 등 제과업계는 초콜릿이 들어간 일부 제품 가격을 약 8~12% 가량 인상했다. 커피빈도 초콜릿 음료 가격을 200원씩 올렸다.
주변국인 일본과 중국의 원초(김의 원재료) 작황 부진에 김 가격도 늘었다. 올해 원초 가격은 전년 대비 2배 가량 올라 동원F&B, CJ제일제당, 광천김, 대천김, 성경김 등 김 생산 업체들은 올해 일부 조미김 제품 가격을 10~30%까지 올렸다.
올리브유도 글로벌 가격이 치솟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제 올리브유 가격은 톤당 1만88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오른 수준이다. 세계 최대 올리브 생산국 스페인의 가뭄 영향이 컸다. 올해 CJ제일제당과 샘표는 올리브유 제품 가격을 각각 30% 이상 인상했으며 BBQ, 푸라닭 등 치킨업계도 가격을 인상했다.
이에 소비자단체의 반발도 거셌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이들의 가격 인상이 소비자 부담을 외면한다며 반대성명을 내는 등 인상을 반대했다. 정부도 물가안정에 총력을 다한다며 지난 5월 식품 가공업계와 외식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했다. 다만 업계 내에서는 원자재값 상승이 거세다는 이유 등 정부 압박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식품안전에 대한 주의도 당부됐다. 지난 5월에는 하이트진로의 주류인 필라이트 후레쉬에서 끈적한 이물질이 발생해 냄새가 난다는 소비자 신고가 있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장 조사 후 캔을 밀봉하는 주입기에 대한 세척·소독 관리 미흡으로 젖산균에 오염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이트진로는 사과와 함께 제품을 회수했다.
이달 매일유업의 멸균우유에서도 국내 기업 급식소에 납품한 제품에서 세척액이 혼입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해당 제품을 받은 일부 직원이 변색, 복통 등을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매일유업은 해당 제품을 자발적으로 회수하기로 결정하고 사과문을 공지했다.
이와 관련해 식품업계에서는 최근 K-푸드의 수출 등이 활발해지면서 품질 안전 이슈에 경각심을 갖는 분위기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업은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업종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슈가 생길 경우 업계 전체에서 경각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품질 안전에 대해 생각하면서 안전한 먹거리를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