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사망자가 저희 애랑 나이가 똑같아요. 하늘로 간 친구한테 자기가 아끼던 장난감을 주고 싶다고 해서 같이 왔습니다”
30일 오전 11시부터 설치된 전라남도 무안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는 유족과 희생자 친인척 외에도 일반 시민들이 발걸음했다.
아들(이라온·3세)과 함께 분향소를 방문한 박혜진(28·여)씨는 “최연소 사망자가 첫째 아이와 나이가 똑같아서 사고 소식을 듣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 20년째 무안에 살고 있는데 집 근처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아이에게 설명을 해주니 자기 장난감을 주고 싶다고 해서 함께 가져왔다. 아들이 매우 아끼는 장난감”이라고 설명했다.
이군은 한 쪽으로는 엄마 손을, 다른 한 손으로는 빨간 자동차 장난감을 쥐고 박씨와 함께 분향했다.
조문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분향소를 방문한 조문객은 현장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차례로 방명록을 작성하고, 헌화와 분향으로 조의를 표했다.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훔치는 조문객도 많았다.
무안 인근에 거주하고 있다는 정모(47)씨 “어제 사고 기사를 보고 믿을 수가 없었다. 기사를 본 이후부터 계속 와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런데 어제는 유가족 시신 수습이나 신원 확인 등 절차가 한참 진행되고 있어서 다들 정신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공항에는 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막상 와서 명패를 직접 보니 마음이 너무 안 좋다”고 애도를 전했다.
가족 단위로 방문한 시민도 보였다. 남편과 함께 6살·8살 자녀를 데리고 조문을 온 박모(40·여)씨는 “새해를 앞두고 전라남도 진도로 여행을 떠나는 길이다. 가는 도중 인근에서 이런 참사가 발생했는데 그냥 여행을 떠날 수 없어 들렀다”며 “앞으로 아이들이 이런 사회적인 이슈에도 공감하고,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에 자녀와 동행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분향소에는 정치권 관계자도 방문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도 조문했다. 합동분향소는 무안 외에도 전남도청과 전북도청, 광주 5·18 민주광장에 설치됐다.
무안=심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