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고환율과 정치 불확실성 심화로 지지부진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조선업종 주가가 남다른 오름세를 선보이고 있다. 투자업계는 조선주에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2025년 주요 섹터로 발돋움할 것으로 평가한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주가는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21만1000원(종가)에서 28만7500원으로 36.25% 급등했다.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미포 주가도 각각 16.62%, 12.11% 상승해 22만8000원, 13만4200원을 기록했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12.5%, 3.47% 올랐다.
조선주들의 상승세에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도 고공행진하는 추세다. 국내 대표 조선사와 조선 기자재 기업에 투자하는 신한자산운용의 SOL 조선TOP3플러스 ETF는 지난달 14%의 수익률을 선보였다. 조선과 중공업 종목 위주로 구성된 TIGER 조선TOP10 ETF도 6.59%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정치적 리스크와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2.2%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고무적인 상승세다.
이같은 급등세는 강(强)달러 현상으로 환차익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조선업종은 수출 중심의 산업 구조이기 때문에 건조 대금을 달러화로 받으면서 환차익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다.
일례로 조선업종 대장주인 HD현대중공업은 오는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3조9662억원, 영업이익 244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6.21%, 76.13% 급등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국내 증권사들이 추산한 HD현대중공업의 목표주가 평균치는 6개월 전 17만원대에서 지난 30일 25만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안착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와 환차익 수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추정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BNP파비아스와 노무라은행 등 주요 투자은행(IB) 들은 2025년 매 분기 원·달러 환율이 상승해 3분기 최대 1500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연구원도 답변자료를 통해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 트럼프 당선과 같은 달러 강세 요인과 비상계엄 선포, 탄핵과 같은 국내 정치 리스크로 인한 원화 약세 요인이 맞물려 3회에 걸친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금리 인하도 아랑곳 없이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30일 1474원까지 치솟았다”며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계속되면, 2025년 고환율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경제의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재집권도 조선업에 호재로 분류된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 선박 수출뿐 아니라 보수, 수리, 정비(MRO)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후 미 의회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SHIPS for America Act)’을 발의하면서 동맹국과 협력한 자국 조선업 강화를 모색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투자업계는 조선주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 사업본부장은 “올해 국내시장이 글로벌 주요 증시 대비 과도하게 부진했던 것과는 달리 조선 섹터는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상승랠리가 지속됐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임기 말임에도 불구하고 초당적인 발의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국내 조선업에 중요한 기회요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여 2025년에도 조선이 국내 증시의 주요 섹터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환율 상승은 수출산업인 조선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지난 IMF 구제금융 당시 국내 조선업은 치솟은 환율로 인해 외화벌이의 일등 공신 산업으로 부각됐고, 주가 또한 치솟은 바 있다”며 “1400원 이상의 고환율은 분명 향후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