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숙취해소 표시·광고 식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업계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업계는 레드오션으로 치닫던 숙취해소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달 1일부터 숙취해소제에 대한 ‘표시·광고 식품의 인체적용시험 실증 의무’를 적용했다. 그간 ‘기타가공품’으로 분류됐던 숙취해소제는 검증을 거치지 않고 숙취해소 표시나 광고가 가능했다. 이에 식약처는 지난 2019년 관련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제정고시안을 행정예고했고, 약 5년의 유예기간을 줬다.
실증 의무 적용에 따라 제품에 ‘숙취해소’ 문구를 넣거나 광고하려면 원료 성분 등이 실제로 숙취해소 효과를 갖고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실증 자료를 갖추면 한국식품산업협회의 심사가 이어지는 식이다.
계도 기간은 6개월이다. 이 기간 동안 기존 재고를 유통하고 7월부터는 ‘입증 제품’만 숙취해소 효과를 홍보할 수 있게 된다. 광고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콘텐츠에 숙취해소 관련 표현을 넣을 때에도 식품산업협회에서 개별 심사를 받아야 한다. 숙취해소 관련 표현에는 소비자가 음주로 인한 증상·상태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는 ‘술 깨는’, ‘술 먹은 다음날’ 등이 포함된다.
업계는 이번 조치를 통해 숙취해소제 시장을 재정립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숙취해소제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는 기준이 까다로워진 만큼 인체적용시험을 통과한 제품이 브랜드화되고, 그렇지 않은 제품은 경쟁력을 잃을 것이란 판단이다. 이미 중소 규모 이상의 기업들은 인체적용시험 실증 시범사업이 처음 실시된 2019년부터 발 빠르게 대응해왔다.
HK이노엔은 2021년 처음 인체적용시험을 받았으며 올해 신규 성분을 바탕으로 다시 시험을 진행했다. 현재 새로운 성분을 담은 ‘컨디션’에 대해 식품산업협회 심사를 받는 중이다. 심사 결과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나올 예정이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숙취해소제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심해졌는데, 인체적용시험이 이뤄지면서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며 “기능성을 입증한 업체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숙취해소제 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와 함께 효과를 입증한 제품의 지위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동아제약은 지난해 ‘모닝케어’에 들어간 성분인 쌀눈대두발효추출물의 인체적용시험 심사를 마치고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인체적용시험을 진행하지 않은 기업들의 경우 숙취해소라는 직접적인 표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판매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외에도 삼양사의 ‘상쾌환’, 종근당 ‘깨노니’, 유한양행 ‘내일N스틱’, 알리코제약 ‘다깼지’, 동국제약 ‘이지스마트’, 한독 ‘레디큐’, 보령 ‘엑스솔루션’, 대웅제약 ‘퍼펙트샷 쎈’ 등이 식약처 기준을 통과했다.
다만 소비자들이 제품별 숙취해소 효과를 비교해 구입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체적용시험 결과의 공개 여부는 기업 재량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기업은 인체적용시험 입증 자료만 기관에 제출하면 된다”라며 “시험 결과를 공개하는 것은 기업의 선택사항”이라고 전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인 닐슨아이큐(NIQ) 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숙취해소제 판매액은 3474억원으로 전년 3144억원에서 10.4% 증가했다. 과거 액체형 중심이었던 숙취해소제 시장은 최근 젤리형, 녹여먹는 필름형, 액상과 알약을 함께 먹는 혼합형 등 다양한 제형의 제품을 아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