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바뀐 의·정, 샅바싸움 2라운드…내년 정원 논의도 가시밭길

수장 바뀐 의·정, 샅바싸움 2라운드…내년 정원 논의도 가시밭길

기사승인 2025-01-15 06:05:04
정부가 내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대한의사협회 새 집행부가 출범하며 의정 대화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대형병원에 걸린 병원 홍보물. 사진=곽경근 대기자

행정부와 의료계의 수장이 바뀌면서 의정갈등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체제 아래에서 정부는 의료계를 향해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는 등 연일 유화책을 펴고 있다. 반면 새로 출범한 김택우 신임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취임 첫날부터 정부의 ‘마스터플랜’을 요구하며 강경 모드를 유지하고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 권한대행이 지난 10일 말한 것처럼 2026년도 정원에 대해서는 제로베이스(원점)에서 검토하겠다”며 “이번에는 의료계의 선(先) 제안이 없어도 같이 논의해보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원점 재검토’가 갖는 의미에 동결과 증원, 감원이 모두 포함되는 것이냐는 질의에는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초 발표한 의대 증원 규모인 ‘2000명’에서 변동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다. 조 장관은 “결과적으로 (과거에) 발표한 숫자가 변경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동의한다”며 “수급 전망과 함께 각 학교의 교육 여건, 작년 의대생들의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등을 충분히 고려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는 3월 신입생이 돌아오기 전에 최대한 빨리 협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행정부 수장이 바뀌면서 의료계를 향한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 거듭 ‘전공의 처단’ 문구가 명시된 포고령과 선을 그으며 자세를 낮추고 있다. 조 장관은 “계엄과 포고령 5호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전공의 의료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고,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포고령 제5호는 정부의 정책 방침과 워낙 다른 것이어서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분명히 해뒀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10일 교육부와 함께 개최한 ‘의료계와 의학교육계에 드리는 말씀’ 합동 브리핑에서도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포고령에 들어간 ‘전공의 처단’ 문구에 대해 고개를 숙인 바 있다. 또한 이날 사직 전공의 복귀를 위한 수련·입영특례 조치를 발표하고, 내년 의대 정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며 전공의 복귀 문을 열어뒀다. 

김택우 신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4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김은빈 기자

그러나 의협은 정부의 유화적 손짓에도 꿈쩍 않고 있다. 정부가 의대 교육 정상화 계획을 내놓아야만 대화 테이블에 앉겠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14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정부가 사태 해결과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한 뚜렷한 계획과 명확한 방침을 내놓아야 의료계가 2026년 의대 정원 문제를 비롯한 의대 교육 계획에 대해 논의하고 대화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내놓은 사직 전공의에 대한 특례 조치 제안에 대해선 사실상 거부 의사를 내비쳤다. 김 회장은 “정부와 여당은 여전히 사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 후속 조치에 불과한 전공의 수련·입영 특례 방침을 내세웠다”며 “이미 실패한 여·의·정 협의체를 또 재개하고자 한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분명히 밝히지만, 현 상태로는 의대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정부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며 “2025년 의대 교육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임시방편이 아닌 제대로 된 의학 교육의 마스터플랜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의협은 기존처럼 대정부 강경 투쟁 기조를 이어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김 회장이 취임 첫날부터 “과거 같이 정부 정책에 끌려가지 않겠다”,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가 결자해지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등의 발언을 하며, 정부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였기 때문이다. 

의정 대화까진 가시밭길이 예상되지만, 신임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의료계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정부는 꾸준히 의료계를 향해 단일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의료계 역시 위기감을 갖고 내년도 의대 정원이 확정되기 전 단일안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의협을 비롯해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등 5개 단체가 협의체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의협은 오는 16일 기자간담회와 첫 상임위원회를 개최한다. 기자간담회를 통해 의정갈등에 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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