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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신도시 홍예공원에 있던 유관순 열사 동상이 오는 4월 천안으로 옮겨진다. 이곳의 유 열사 동상은 2020년 세워졌는데 이듬해부터 논란의 대상이 됐다.
충남도가 ‘독립운동가의 거리’를 조성하면서 가운데에 가장 큰 유 열사 동상을 세우고, 그 주위로 이동녕·김좌진·한용운·윤봉길 등 독립운동가 동상을 배치한 게 문제가 됐다.
이 때문에 2023년 5월 홍예공원 명품화 사업이 계획되면서 동상 이전 계획이 일찌감치 세워졌다. 이런 과정을 거쳐 유 열사 동상이 천안으로 오게 된 것이다. 어떻든 내포에서 떠밀려 열사의 고향으로 오는 모양새라 두 손 들어 환영할 기분은 아니다.
그런데 천안시는 12일 보도자료에서 이를 크게 반기면서 엉뚱한 생색까지 냈다. 동상은 유열사 사적지 진입로인 탑원교차로에 세운다고 한다. 시는 “병천면 주민이 원해서 동상 설치를 검토하던 중”이라는 처음 듣는 사실을 전하면서 도(道)로부터 ‘무상 이관’ 받았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산 절감 효과”도 자랑했다. 마치 원하던 동상을 도로부터 거저 받았다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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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포 동상 이전은 다른 지역의 역사인물 사적지에선 볼 수 없는 비슷한 동상의 ‘중복 설치’임에 틀림없다. 천안 병천면 탑원교차로는 기념관, 사당이 있는 사적관리소의 진입로 입구에 있다. 이곳에서 400여m 떨어진 열사기념관 맞은 편에는 오래전부터 유 열사 동상이 서 있었다. 모양도 비슷하다. 짧은 치마 한복 차림에 양손을 들어 만세를 외치며, 손에는 태극기(내포 동상은 태극)를 들고 있는 전신 입상이다. <첫 사진 참조>
내포 동상의 이전 배경을 모르는 관람객이 보면 “왜 비슷한 동상을 둘씩이나 세웠을까”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또 내포 동상에게 자리를 내주고 뒤로 옮겨지는 ‘새천년의 상’도 높이 6m로 유 열사의 치맛자락이 날리는 모습을 변형·재해석한 작품이다.
시는 병천 주민 민원을 앞세운다.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지난해 1월 29일 천안시장의 병천면 순방 때 공무원 출신 모 시민이 탑원교차로를 특정해 동상 설치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바로 다음 달 충남도가 천안시에 무상 이관을 제안했고, 두 달 후 천안시와 충남도는 각각 공공조형물 심의, 공유재산 심의 등을 거쳐 동상의 이전·설치를 결정했다. 내포 동상 이전 결정은 ‘병천주민 요청⇒충남도 이전 제안⇒조형물·공유재산 심의’ 순으로 일사불란하게 이뤄졌다.
시는 12일 “동상 설치로 호국보훈의 고장 천안의 위상을 높이고 유관순 열사 사적지를 방문하는 방문객들에게 유관순 열사의 정신과 애국심을 고취할 수 있는 상징적인 조형물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내포 동상 이전 의미를 한껏 부각시켰다. 외지인이 보면 “3·1운동의 상징으로 추앙받는 유관순 열사 사적지에 그동안 동상도 없었나”하고 오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천안시의 적극적 호응에 충남도는 유 열사 동상 ‘처리’ 고민을 벗었다. 높이 7.5m의 대형 동상을 쉽사리 옮겨 놓을 데가 없기 때문이다. 잘못 옮겨 놓았다가는 또 논란에 휩싸일 위험성이 높다. 그러니 동상 이전 비용도 도가 흔쾌히 내는 것이다.
도는 4월 동상의 천안 이전과 함께, 기존 4명의 동상과 비슷한 크기로 새 유 열사 동상을 내포에 세운다. 이상재·이종일·민종식·임병직 등 독립운동가 4명을 추가해 총 9명 동상으로 충혼탑 인근에 ‘독립운동가의 거리’를 다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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