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남원 척문리산성 발굴조사에서 백제시대 집수시설(集水施設)과 북문지(北門址)가 새롭게 발견됐고 사비기 행정구역과 관등명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5일 남원시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청장 최응천)허가로 (재)전주문화유산연구원과 함께 지난 2021년부터 척문리산성(전북특별자치도 기념물) 발굴조사를 이어오면서 성벽과 문지, 집수시설, 도수시설, 건물지 등을 조사해왔다.
특히 이번에 새롭게 발견된 1호 집수시설 평면형태는 말각장방형, 벽석과 바닥면에서 대형 결합목제로 밝혀져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집수시설 내부에서 6점의 목간(木簡)이 출토됐고, 목간에 묵서로 쓴 ‘상항(上巷)’, ‘중항(中巷)’, ‘장덕(將德)’ 등의 글자가 확인돼 눈길을 끈다.

이번에 출토된 목간에 쓰인 글로 확인된‘상항’과 ‘중항’은 백제 사비기 행정구역인 5부(部) 5항(巷) 중 하나로 알려져 역사적 의미가 크다.
여기에 백제 중방성으로 알려진 고사부리성[사적] 상부상항(上部上巷)명 문자기와, 상부상항이 음각으로 새겨진 목제품 등이 출토돼 백제시대 항제(巷制)가 실시된 역사를 확인했다.
또한 목간에 쓰인 ‘장덕’은 백제의 16관등 중 제7품 관등 명칭으로 목간에 묵서로 기록된 사례는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번 발굴조사에서 병오(丙午, 516년 또는 576년)와 병신(丙申, 526년 또는 586년)명의 인장와와 기와가 다량 출토, 척문리산성은 백제 사비기 성왕~위덕왕 때에 해당하는 시기에 산성이 운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발굴조사를 통해 삼족토기, 개배, 대호 등 토기류와 철겸, 철착, 철제가위 등 금속류 유물을 비롯해 목간을 비롯한 목기, 두레박, 가공목 등이 다량 출토됐다.
익산시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서 발견된 집수시설과 사비기 행정구역, 관등명 결과 등을 통해 백제 행정구역과 관등체계를 실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조사결과를 토대로 척문리산성의 역사성과 가치성을 밝히고 체계적인 보존관리에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