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읍 복숭아 농장에서 농부 이걸재 씨가 복숭아 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하고 있다. 농한기에 이뤄지는 전정(가지치기)은 맛 좋고 튼실한 열매를 수확하기 위한 농민들의 첫 번째 노력이다.
- 농기계수리센터도 농기계 가득
- 하우스에는 어린 벼와 꽃모종 ‘쑥쑥’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인 20일 마치 마법이라도 부린 듯 봄을 시샘하던 추위가 물러가고 하루 만에 기온이 큰 폭으로 올랐다. 겨울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며 본격적인 봄이 찾아왔지만, 농민들에게는 따스한 봄 햇살을 만끽할 여유가 없다.

가지치기로 바닥에 수북히 쌓인 나무가지를 이걸재 대표의 아내 김효숙(58)씨가 정리하고 있다.
20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읍의 한 복숭아 농장. 부부 농부의 손길이 쉴 새 없이 바쁘다. 올여름 고품질 복숭아 수확을 위해 나무마다 가지치기가 한창이다. 복숭아 마이스터 이걸재(63) 씨는 "좋은 과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경험에 의존한 농업이 아니라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영농 기법이 중요하다"며 "가지치기는 바람이 잘 통하게 하고 햇볕이 골고루 들도록 해 과일의 품질을 높이는 과수 농업의 기본 중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복숭아는 과육의 색에 따라 백도, 황도로, 꽃의 색에 따라 홍도, 백도로 나뉜다. 복숭아나무의 가지치기는 혹한이 지나고 꽃이 피기 전인 2월 말에서 3월 초가 적기다. 이 시기의 세심한 관리가 여름철 풍성한 수확으로 이어진다.

복숭아나무의 가지치기는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진행된다. 먼저 가장 위쪽의 1년생 도장지를 잘라내고, 죽은 가지와 겹쳐 있는 가지, 아래로 뻗은 가지, 그리고 나무 안쪽으로 자라 통풍과 채광을 방해하는 가지를 제거해야 한다. 가지치기를 통해 바람이 잘 통하고 햇볕이 골고루 들도록 해야 과일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

과학영농을 실천하는 복숭아 마이스터 이걸재(63) 씨는 지난해 연말 열린 2024 대한민국 과일산업대전에서 복숭아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좋은 과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경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영농 기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농부가 봄날에 흘린 땀방울을 복숭아나무는 정확히 기억한다. 추운 겨울을 이겨낸 나무들은 따스한 봄볕 아래 다시 생명을 틔우고, 여름이 되면 풍성한 결실로 보답한다.

농사철 앞두고 농기계수리센터도 분주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두고 농기계수리센터도 밀려들어오는 농기계들로 쉴 틈이 없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영농기를 앞두고 주요 농기계업체 4곳과 함께 ‘2025년 봄철 전국 농업기계 순회 수리 봉사’를 실시 중이다. 트랙터·이앙기·경운기 등 봄철에 많이 사용되는 농기계를 대상으로 안전 점검과 수리·정비를 실시한다. 이번 활동은 지난 2월24일부터 3월21일까지 91개 시·군, 140개 읍·면·동에서 진행된다. 간단한 고장은 농민이 스스로 대처할 수 있도록 현장 수리, 응급처치 방법 등도 안내하고 있다.

농기계 점검·수리·정비 서비스는 원칙적으로 현장에서 무상으로 제공된다. 오일·필터 교환 등 경정비 일부도 무료로 지원된다. 그러나 현장에서 수리가 불가능한 농기계는 인근 정비 공장이나 생산업체로 옮겨 수리 봉사가 진행된다. 이때 부품 교체나 수리에 필요한 비용은 농민이 부담해야 한다.

20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신둔면에 위치한 티와이엠(TYM) 수리 현장. 한 농민이 트랙터 수리를 맡기기 위해 찾아왔다. 그는 “트랙터가 고장이 나서 왔다. 농사도 많이 짓지만, 소도 120여 마리 키우다 보니 다양한 농기계를 사용하고 있다”며 “농사일을 하다 보면 기계들이 흙먼지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친절하게 수리해줘서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크고 작은 농기계를 분해해 고장난 부품을 교체하고 다시 조립하는 수리센터 직원들의 손길도 농민들만큼이나 분주하다. 이들의 하루해도 짧기만 하다. 농민들이 한 해 농사를 차질 없이 준비할 수 있도록, 이들은 현장에서 묵묵히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하우스에도 봄 향기 가득
올해 2월과 3월의 꽃샘추위로 인해 꽃들도 예년보다 늦게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지만, 다행히 춘분이 지나며 기온이 크게 오를 예정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주말에는 서울이 21도, 대구는 25도까지 올라 4월 중순의 날씨를 보일 전망이다. 폭설과 함께 매서운 추위를 몰고 왔던 꽃샘추위가 물러나자, 나뭇가지에는 새순이 돋고 하우스에서 봄을 기다리던 꽃들도 본격적인 개화 준비에 나섰다.

20일 오후 경기 이천시 호법면 안평리의 한 비닐하우스 논에서 지난 달 심은 벼 상태를 농협직원이 살피고 있다. 벼 품종은 진광벼로 6월에 수확 예정이다.
20일 오후 찾은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안평리 일대의 하우스에는 지난 2월 심은 조생종 벼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고 있었다. 인근 화훼농가에서는 메리골드를 비롯한 다양한 봄꽃과 모종이 따사로운 햇살을 머금고 초록빛 윤기를 더하며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봄기운이 완연해지며 농가와 들녘 곳곳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이제 남은 건 따뜻한 햇살 아래 싱그러운 생명들이 본격적으로 피어나는 일만 남았다.






경기도 이천=글·사진 곽경근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