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슈퍼주총데이’…대내외 불안 속 활로 모색

제약바이오 ‘슈퍼주총데이’…대내외 불안 속 활로 모색

한미약품그룹, 지배구조 안정화 시동
SK바이오팜·JW중외제약, 이사회 여성 임원 확대
일동제약·대웅제약·부광약품, R&D 강화 총력
종근당, 치료제 기술 확보…“미래 성장 기반 마련”
휴온스, 송수영 대표 재선임

기사승인 2025-03-27 06:00:11 업데이트 2025-03-27 09:02:55
쿠키뉴스 자료사진

국내 제약사들이 26일 정기 주주총회를 일제히 개최했다. 이사회 재편 등 지배구조 정비에 나서는 한편 내수 침체와 글로벌 수요 위축 등 대내외 불확실성을 돌파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했다.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연구개발(R&D) 투자 조정, 신사업 모색, 해외 진출 강화 방안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지며 업계 전반의 체질 개선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정기 주주총회를 갖고 주요 안건들을 심의·의결했다. 각 기업은 사업 다각화, 경영진 재정비, 지배구조 개편 등 굵직한 안건을 논의했다.

한미약품그룹은 새로운 이사진 구성을 통해 그룹의 지배구조 안정화에 시동을 걸었다. 이달 초 한미사이언스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된 김재교 기타비상무이사는 주총 이후 열린 이사회에서 공식적으로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은 지주사 이사회에 재입성했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와 사내 이사직에서 사임하기로 했다.

한미약품그룹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영권 분쟁을 발판 삼아 경영 안정화, 연구 성과 확대를 통해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여러 이슈들을 극복하고 선진 거버넌스 체제를 단단히 구축해 새로운 모습으로 새 출발한다”며 “성과 기반의 혁신을 꾀해 고객 및 주주들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는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그룹 본사에서 제15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였다. 한미약품 제공

그룹의 기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결정적 요소로는 ‘신약 R&D’가 꼽힌다. 한미약품그룹은 분쟁 과정에서도 연구 인력과 투자를 늘리면서 R&D 업무 연속성을 유지했다. 이를 통해 개발 중인 비만약 후보물질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출시예정일을 예정보다 1년가량 앞당겼다. 박재현 대표이사는 “올해는 완전히 달라진 한미약품을 보여드릴 것을 주주들에게 약속드린다”면서 “R&D를 통해 성과를 내면서 높은 주주 가치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동화약품은 윤인호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하며 오너 4세 경영의 시작을 알렸다. 윤 신임 대표는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의 장남으로 12년 동안 전략기획실, 생활건강사업부, 일반의약품(OTC) 총괄사업부 등 주요 부서를 거친 뒤 최근까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역임했다.

창사 이래 최초로 여성 이사회 의장이 탄생한 곳도 있다. SK바이오팜은 이날 제14회 주총을 열고 서지희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서 의장은 KPMG 삼정회계법인 파트너를 역임하며 다수 기업의 회계 및 감사, 리스크 관리 업무를 총괄한 인물이다. 더불어 R&D 기술을 강화하기 위해 김용진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합류시켰다. 김 원장은 의료 데이터 기반 R&D 분야 권위자로 현재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SK바이오팜의 R&D 전략, 기술 도입, 글로벌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 등에 대한 과학적 자문을 맡는다.

JW중외제약은 함은경 총괄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확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JW중외제약 이사회의 여성 임원은 2명으로 늘어났다. 함 총괄사장은 개발 전문가로, 39년간 JW그룹에 몸담으며 개발팀장, 수액마케팅팀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JW바이오사이언스, JW메디칼, JW생명과학 대표직을 맡으며 JW그룹의 R&D 역량을 강화했다.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일동제약 제공

일동제약은 신사업을 발굴하고 신약 개발을 위해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일동제약의 연구개발 자회사 유노비아는 현재 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계열 소화성궤양 치료제 ‘ID120040002’, 당뇨·비만 치료제 ‘ID110521156’,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ID119040338’ 등 3개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윤웅섭 대표는 이날 주총에서 인사말을 통해 “올해 매출·수익 성과 창출, 신성장 동력 확보 및 지속 가능 체계 구축이라는 2대 지표에 따라 효율적으로 사업 활동을 추진하며 이익 증대와 신사업 발굴·육성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했다.

대웅제약은 단일 품목으로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1품 1조’ 비전을 전면에 내세우며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을 육성하겠단 계획을 발표했다. 대웅제약의 주요 품목에는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이나보글리플로진)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 등이 있다.

대웅제약은 3대 신약의 해외 시장 확대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 영업이익률이 동반 성장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2024년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3.4% 증가한 1조4227억원, 영업이익은 20.7% 증가한 1479억원, 영업이익률은 10.4%를 기록했다. 이창재 대표는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주주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 덕분”이라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통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고 세계 시장에서 대웅의 이름을 더욱 높이겠다”고 했다.

김영주 종근당 대표가 제1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종근당 제공

종근당은 합성신약뿐만 아니라 항체·약물접합체(ADC)와 같은 항체치료제,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다양한 분야의 치료제 기술을 확보해 성장 기반을 다져가겠다고 했다. 종근당의 이상지질혈증 치료 신약 ‘CKD-508’은 미국 임상 1상을 시작했고, ADC 항암제 ‘CKD-703’은 국가 신약개발사업 과제에 선정됐다. 김영주 대표는 이날 주총 인사말에서 “기존 제품의 매출 증대와 신제품 출시, 신규 품목 도입 등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에 주력해 왔다”라며 “종근당만의 플랫폼 기술을 확보해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휴온스는 송수영 대표를 재선임하고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주주친화 가치경영을 실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송 대표는 주총에서 △올해 하반기 제천2공장 신규 주사제 생산라인 가동 △마취제 등 주사제 수출 품목 확대 △바이오의약품 사업역량 강화 △연구개발 및 오픈이노베이션 강화 등을 언급하며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부광약품은 2023년 적자를 극복하고 2024년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한 만큼 신약 파이프라인과 R&D 기술을 확대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했다. 공시에 따르면 부광약품의 지난해 매출은 2023년 대비 27.2% 증가한 1601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170억원으로 흑자를 달성했다.

미중 간 패권 경쟁과 글로벌 기술 격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약품 수입관세 인상 압박,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 심화 등 대내외적 악재 속에서 제약바이오 업계의 활로 찾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단기 실적보다는 지배구조 투명화, 사업 다각화, R&D 재투자 등 중장기 생존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라며 “시장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 내부 결속을 다지고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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