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한의사협회 등 한의업계가 한의 비급여 진료를 실손의료보험 보장에 포함해 달라고 요청했다.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은 한의 치료의 효과를 입증한 통계와 근거가 더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대한한의사협회와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3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치료 목적의 한의 비급여 실손의료보험 보장을 위한 토론회’를 공동주관했다. 주최는 민병덕, 이수진, 이강일,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다.
이은용 세명대 한의과대학 교수 및 대한한의학회 부회장은 “한의 비급여는 2009년 2세대 실손이 출시된 이래 보장에서 제외됐다”며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014년 치료목적이 명확한 한방 비급여 의료비를 실손보험에서 보장하도록 개선하라고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에 권고했지만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의업계는 한의 비급여의 실손 제외가 소비자의 의료 선택권을 침해하고 한의과를 차별한다고 본다. 이 부회장은 “한의과에서 치료를 받는 사람이 2023년 기준 1113만명으로 9년 만에 205만명(14.7%) 줄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손보험이 의과만 선택하게 하고 한의 의료를 배제한다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꼬집었다.
지난 2009년 한의 비급여가 실손 보장에서 제외된 이유는 △한의치료 프로토콜 및 가이드라인 미비 △한의치료 효과의 과학적 검증 부족 △도덕적 해이로 인한 비급여 이용량 증가 우려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0년 한의표준 임상진료지침 개발과 근거 중심 의학 보급으로 이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비급여 이용량 증가는 할증 등 제도 개선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손해보험업계는 한의 비급여 문제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고 본다. 이형걸 손해보험협회 장기보험부장은 “한의표준임상지침 신뢰성 논란이 아직 여러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며 “4세대 실손보험의 비급여 손해율은 124.5%로 급등하고 있다. 현재 비급여 관리제도 하에서 한방 비급여가 추가되면 비급여 보장 차등제에도 불구하고 손해율 악화 과잉 진료가 팽창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부장은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에서 한의 비급여를 보상하고 있다”며 “2014년 자동차보험 진료비는 2023년 80% 증가했다. 구성비를 비교하면 한방진료비가 같은 기간 5.5배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동차보험 판매 과정에서 한의 과잉진료를 계속 경험하고 있는 입장에서 우려하는 것은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생명보험업계도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고 있다. 김희경 생명보험협회 보험계약관리부장은 “한의학이 오랜 기간 발전해왔지만 효과를 객관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근거 중심 의학이 의과보다는 부족하다”며 “실손은 청구남용 등 도덕적 해이가 자주 발생한다. 이에 적정 보험료를 산출하기 위한 요율을 산출해 상품화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금융당국도 한의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현욱 금융감독원 보험상품제도팀장은 “실손의료보험은 민영보험상품”이라며 “보험사 입장에서 예측가능하고 신뢰가 있어야 상품이 나올 수 있다. 당국에서 밀어 붙여 팔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려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