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대전 모델’ 들며 임금개편 강조…노조 “부당 행정개입”

서울시, ‘대전 모델’ 들며 임금개편 강조…노조 “부당 행정개입”

28일 파업 유보했지만, 협상은 교착 상태
서울시 “대전·부산 사례 참고해 임금체계 개편 필요”
노조 “통상임금 인정 선행돼야…현 제안은 수용 불가”

기사승인 2025-05-29 19:12:16
송파버스공영주차장과 잠실의 가락시장역 버스정류장. 곽경근 대기자

서울 시내버스 임금협상이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는 가운데, 서울시가 임금체계 개편 없이는 실질 협상이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시는 과거 대전에서 정기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노사 합의가 이뤄졌던 전례를 언급하며, 동일한 틀에서 협상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29일 자료를 내고 “소모적인 논쟁을 중단하고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임금 모델 마련에 집중하자”며 노조 측의 태도 변화를 주문했다. 노조는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한 만큼, 해당 상여금은 이미 법적으로 인정된 권리이며 별도로 교섭할 사안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현재 노조는 통상임금과 관련해 사측을 상대로 개별 소송도 진행 중이다.

이에 시는 “상여금을 기본급화하는 방향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한 대전시 사례를 참고하는 등 시내버스 임금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장권 서울시 교통실장은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했던 28일 새벽 3시부터 현장에 파견된 직원만 200여명에 이르고, 경찰관과 긴급 대응체계까지 가동되며 사회적 비용이 컸다”며 “시민들도 큰 스트레스를 겪는 만큼 노사가 하루빨리 실질적인 협상에 착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는 통상임금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선 상여금을 포함한 각종 수당을 기본급으로 편입하는 ‘임금체계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과거 대전과 최근 부산의 합의 사례를 인용했다.

시에 따르면 대전 시내버스 노사는 지난 2011년 노동자 측의 통상임금 소송 제기 이후 협상 끝에 상여금, 하계휴가비, 운전자보험료 등을 폐지하고 이 금액을 기본급에 산입하는 방식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했다. 당시 기본급은 3.75% 인상됐고, 총액 기준으로는 약 7.6% 임금 상승효과를 거뒀다.

시는 “대전 방식은 올해 서울 시내버스 사측에서 노조에 제시한 임금체계 협상안과 사실상 같은 방식”이라며 “사측은 기존의 임금 총액과 같은 임금이 보장되도록 상여금을 기본급에 반영한 후 인상률을 논의하자는 것으로 노조 주장처럼 임금을 삭감하려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지난 28일 파업에 들어섰던 부산 역시 상여금과 휴가비를 폐지하고 이들을 통상임금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마무리했다. 별도의 기본급 인상 없이도 실질임금이 10.48% 오르는 결과를 낳았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이 제안한 협상안도 이와 유사한 구조다. 평균 연봉 6200만 원을 총액 기준으로 설정하고, 그 안에서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하는 것이 1단계다. 이후 2단계에서 임금 인상률을 논의하자는 방식이다. 시는 이 방식이 대전 모델과 본질적으로 같다고 보고 있다.

29일 서울시청에서 시내버스 임단협 관련 약식 브리핑이 열렸다. 이예솔 기자

하지만 노조는 이 같은 방안을 “사실상 임금 삭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상여금이 기본급에 편입되면 부산 사례처럼 자연스러운 임금 상승이 있어야 하는데, 사측이 정한 총액 틀 안에서는 그 상승분이 사라진다는 주장이다. 특히 정기상여금은 이미 대법원판결로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은 만큼, 이를 굳이 협상 대상에 포함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여 실장은 “총액 기준은 하나의 협의 수단일 뿐이며, 임금체계 개편 자체가 핵심”이라며 “근로시간 산정 방식 등에 따라 금액이 달라질 수 있어 일단 총액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몇 년씩 판결을 기다리는 사이 매년 동일한 갈등이 반복된다면 행정력 낭비와 시민 불편이 불가피하다”며 “이번 협상을 통해 장기적인 상생 모델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버스 노조가 준공영제의 일원으로서 시민 수용 가능한 수준에서 협상에 임할 책임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시는 “임금체계 개편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지만, 구체적 방식에 대해선 언제든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합리적인 수준에서 원만히 임금협상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이해와 양보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는 서울시와 사측이 주장하는 대전 사례와 현재 협상안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서울시의 제안이 자신들이 요구해 온 ‘정기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시키는 방식’과는 전혀 다르며, 오히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하는 것 자체를 노조가 포기하라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또 서울시가 ‘우수 사례’로 언급한 대전의 임금체계 개편은,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는 수당을 없애는 대신 기본급을 인상해 실질 임금을 보장한 구조였으나, 현재 조합 측 안은 통상임금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별도 인상 계획 없이 기본급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대전의 경우 통상임금 인정 외에도 추가적인 기본급 인상(3.75%)이 병행됐던 반면 이번 협상안에서는 그 부분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서울시는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를 포함한 내용을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며, “이는 부당한 행정 개입이며 법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협상 요구”라고 밝혔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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