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이 환자에게 해로울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7일 서울아산병원 소강당에서 '건강검진과 건강 수명'을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학술포럼에서 김영식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많은 국민들은 건강검진이 좋다고만 생각하는데 검진에 위해가 있다는 점은 잘 알지 못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건강검진이 조기 질병 발견 등으로 치료율을 높이고 사망률은 낮춰 환자의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다른 주장이다.
김 교수는 "검진에는 육체적, 심리적, 경제적 위해가 뒤따른다. 검사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민증, 천공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방사선 노출에 따른 암, 임신 중 초음파검사에 의한 합병증 등 잠복 발생 부작용도 있다"며 "조기치료로 인한 불편함과 합병증, 그리고 진단으로 인한 낙인, 우울증 등 심리적 위해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갑상선암 진단은 2000년대 들어 급격하게 늘었지만 사망률은 전혀 늘지 않았다. 과의료화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최근 우리나라가 시작한 폐암국가검진 시범사업과 관련 유럽에서는 폐암 검진이 사망률을 감소시켰다는 근거가 없고, 1명의 폐암 검진비로 25명의 금연 치료를 도울 수 있는 등 비용 효과성도 부족하다고 결론낸 바 있다"고 부연했다.
우리나라의 국가건강검진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광범위한 시스템을 자랑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세대별, 연령별로 우리만큼 다양하고 촘촘한 검진 항목을 제공하는 국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 교수는 지금의 국가건강검진 체계가 정부와 국민, 그리고 의료계의 이해관계에 따라 '과의료화'되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의 입장에서 건강검진은 국민 호응을 받으면서 단기간에 실적을 낼 수 있는 사업이고 국민들에게는 검진은 무조건 좋을 것이라는 오해가 있다. 또 검진기관은 환자 유발 효과가, 학회는 연구영역과 진료 확대라는 장점을 배경으로 과열된 것"이라며 "검진이 건강수명을 높였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왕이면 비용 효율성을 높이고, 위해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에 대한 입장은 분분하다. 국가건강검진 사업을 통한 성과도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017년 사망원인별 사망률 추이'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심뇌혈관질환 사망자는 2000년 149.3명에서 2016년 68명으로 급격하게 감소했다. 또 만성질환 사망률 1위인 암은 2001~2005년보다 2011~2015년 발생한 암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이 54%에서 16.7%p 향상된 70.7%를 기록했다. 최초 암 진단 후 3명 중 2명은 5년 이상 생존한다는 의미다.
조한익 서울대 명예교수(전 한국건강관리협회장)은 "우리는 전세계적으로 유례없이 잘 짜여진 건강검진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내세울만한 성과도 많은데 단점만 부각했다"며 "건강검진이 국민건강수명에 기여한 점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건강검진의 개선과제를 지속 발굴해나간다는 입장이다. 정영기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국가건강검진은 40여년전 복지 시스템하에서 들어온 것으로 개선할 부분이 적지 않다. 또 이미 시행된 복지혜택을 회수하기 쉽지 않고 여러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등 운용의 어려움도 있다"며 "건강검진의 의학적 타당성과 검진기관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지속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을 주최한 임태환 대한민국의학한림원장은 "우리나라 건강검진 사업은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다. 세계 의료계에는 스크리닝이 시기상조라는 스탠스도 있는 데 우리는 스크리닝 차원의 검진도 이뤄진다"며 "우리 건강검진사업이 국민 건강과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순기능을 극대화하고, 고쳐야 할 점은 개선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며 의의를 전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