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경기 의정부 민락2지구 로데오거리 광장은 한산했다. 시민들은 산책을 하거나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눴다. 이따금 시민의 시선이 한곳에 머물렀다. 발길을 멈추는 시민도 있었다. 16일 오전까지 꽃다발이 놓여있었던 곳이다.
지난 1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30대 가장 A씨가 사망한 장소에 유족이 꽃다발을 두고 갔다는 글이 올라왔다. 유족은 A씨의 아버지로 전해졌다. 꽃다발과 함께 ‘제 아들이 사망한 자리입니다. 꽃이 시들 때까지 만이라도 치우지 말아주십시오. 가는 길 혼이라도 달래려는 아비의 마음입니다’라는 편지가 적혀 있었다.
꽃다발과 편지는 16일 오전 이후 사라졌다. 인근 건물을 관리하는 이모(80)씨는 “건물 주변에 있길래 치우려고 했다가 사연을 읽고는 그대로 뒀다”며 “혹시라도 누가 가져갈까 일하는 동안 계속 살펴봤다. 건물 주변을 청소하는 사람에게도 치우지 말자고 이야기를 해뒀는데 없어졌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주변을 청소하던 또 다른 여성은 “누군가 꽃다발과 함께 적힌 편지를 보지 못하고 치운 게 아닐까 싶다”고 이야기했다.
꽃다발의 빈자리는 또 다른 시민이 채웠다. 이날 오전 11시쯤 한 여성이 해바라기 꽃다발을 들고 광장 인근을 서성였다.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한 꽃다발이었다. 의정부 시민이라고 밝힌 50대 여성은 “유가족이 꽃다발을 두고 갔다는 소식에 마음이 아파서 함께 하기 위해 나왔다”면서 “꽃다발이 없어 당황했다. 꽃다발 하나 놓지 못하는 부모 마음이 얼마나 애통하겠느냐”고 토로했다. 그는 광장 나무 벤치 위에 꽃다발을 둔 후 걸음을 옮겼다.
온라인에서도 꽃다발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치우다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장소가 어디냐. 오늘 당장 꽃을 사서 놔두겠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지난 4일 오후 11시 민락2지구 번화가에서 A씨와 고등학생 6명 사이 다툼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A씨는 크게 다쳐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3일 만에 사망했다.
경찰은 고교생 3명을 입건, 이중 가담 정도가 중한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의정부지법은 지난 13일 “사고 경위가 기존 언론에 알려진 것과 다르다”며 “정확한 사망원인과 그 사망에 피의자들이 얼마나 기여했는지, 피의자들이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영장을 기각했다.
의정부경찰서 관계자는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해드릴 수 없다”며 “고인의 명예와 유족의 슬픔 등을 고려한 판단이다.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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