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거리두기 한달째…'고독사·극단적선택' 무시 못한다"

"고강도 거리두기 한달째…'고독사·극단적선택' 무시 못한다"

건세 "지속가능한 방역시스템으로 방역패러다임 전환해야"

기사승인 2021-08-23 19:38:46
서울 용산역 임시선별진료소 모습.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코로나 '4차유행'으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가 한달 째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방역시스템으로 방역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민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이하 건세)는 23일 논평을 통해 "코로나19 대응으로 직격탄을 맞는 자영업자들은 생존위기상황에 처해 있고, 고독사와 자살위험도 증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세는 논평에서 "방역당국은 지난 20일 백신 접종자 2명 포함해 4명까지 식당·카페를 이용할 수 있도록 사적모임 인원 제한을 조건부 완화하면서 4단계 지역의 식당·카페 영업시간을 오후 9시까지로 단축하는 거리두기 방침을 9월 5일까지 2주간 더 연장하기로 했다"며 "지난 7월,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시행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굵게 짧게.. 조기 타개하겠다'는 입장발표를 했지만 그 이후 3차례나 고강도 거리두기 방역지침이 연장되고 있다. 많은 국가에서 코로나 이전 일상회복을 위해 다양한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세는 "'코로나19에 걸려 죽으나 생활고로 죽어나 매한가지'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라며 "코로나19 대응으로 직격탄을 맞는 자영업자들은 생존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한국은 취업자 중 5명 중 1명이 자영업자로 OECD 국가에서 자영업 비율이 여덟 번째로 높은 나라인데 금융권 자영업자 대출은 840조 정도로 1년 전보다 18% 이상 늘어났다. 금리 인상까지 예고돼 자영업자들은 언제 꺼질지 모르는 바람 앞에 놓인 등불과도 같은 처지"라고 꼬집었다. 

이어 "병원 문턱도 밟아 보지도 못한 채 집에서 혼자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고독사와 자살위험도 증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논평에 따르면, 고독사는 2019년 3700건에서 2020년에는 4200건으로 500건 증가했다.

또 코로나 우울증 영향으로 청소년 자해는 두 배나 늘었고 시민들의 우울증 위험군도 20%를 넘어섰다.

건세는 "최전선에서 코로나19 방역을 담당하고 있는 의료진과 지원인력들도 절반 이상 우울 증상을 보이는 등 끝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 속에 많은 시민들이 지쳐가고 있다"며 "2020년 자살사망은 1만3018건으로 2019년 1만3799건보다 다소 줄어든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1,2년 후 그 여파는 심각할 것으로 예측된다. 매일 확인되는 코로나19 사망자(8.22 기준, 2222명)수와 비교해 보아도 코로나19 유행상황에서 고독사나 자살, 우울증 등의 통계는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건세는 시민들이 솔선수범 참여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방역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K-방역은 광범위한 시민들의 참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부가 K-방역 명성을 계속 이어가고자 한다면 처벌과 통제에 집중한 방역이 아니라 시민들이 솔선수범하여 참여할 수 있는 수준의 방역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세는 "장기간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비롯한 경제적 취약계층의 삶이 파탄이 나고 있다. 감시와 통제 그리고 개인들의 희생만 강요하는 정부의 방역정책에 일부 시민들은 불만을 갖기 시작했고 방역수칙 준수를 둘러싼 사회 구성원간의 갈등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하나의 바이러스 전파대응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사회 전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으로 방역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건세는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가 유행하고 있기 때문에 강화된 거리두기로 일시 효과를 발휘한다고 해도 완화되면 확산추세가 다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경증 환자 중심의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고 이전에 비해 치사률은 낮아지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3일 기준 80세 이상 고령자의 치사률은 17.42%로 가장 높고, 20대는 0.02%로 가장 낮으며 10대와 9세 이하에서는 아직까지 코로나19 와 연관된 사망사례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게 건세 측 설명이다.

이들은 "49세 이하 치사율은 독감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백신접종률을 높여가면서 고령층을 중심으로 한 고위험군을 집중적으로 보호하고 건강한 사람들은 생활 속 방역실천을 철저히 하면서 집단면역을 높여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방역지침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건세는 정부가 바이러스와 공존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사회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주력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건세는 "10%도 채 안되는 공공병상과 부족한 공공의료인력으로 장기간 코로나19 대응을 해 왔다. 기존 공공병원을 이용하던 취약계층은 여전히 병원 이용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 코로나19 상황과 폭염 등 중첩된 재난에서 병원 문턱도 밟지 못한 채 40도가 넘어가는 옥탑방에서, 밀폐된 쪽방에서, 숙식하던 차 안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하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도 방역정책의 고려사항이 돼야 한다. 방역당국은 확진자 수만 헤아릴 것이 아니라 변이바이러스 등장과 신종감염병에 대처할 수 있도록 공공병상확대와 정규의료인력 확충, 돌봄인력확충 등을 통해 바이러스와 공존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사회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주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