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도 돈이 된다. 더 이상 쓰지 않는 물건이나 쓰레기를 잘 처리해 돈을 버는 ‘쓰테크’(쓰레기+재테크) 시대다. 온종일 땅을 파도 10원짜리 동전 하나 찾기 힘든 이때 쓰레기 처리로 용돈을 벌고 친환경 활동에도 동참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22일 지구의 날을 하루 앞두고 기자는 일주일간 모은 페트병, 캔 등을 챙겨 경기도 안양시의 한 자원순환 회수로봇을 찾았다. 돈 버는 쓰레기통으로 알려진 순환자원 회수로봇 ‘네프론’에 페트병이나 캔을 버리면 10포인트(p)를 적립해준다. 2000포인트 이상부터는 10원 단위로 현금 환전이 가능하다.
미리 준비해 간 페트병과 캔을 들고 자판기 같이 생긴 기기 앞에 섰다. 미리 개발사인 ‘수퍼빈’ 애플리케이션에 가입을 해둔터라 별다른 과정없이 쓰레기를 버릴 수 있었다. 시작 버튼을 누르고 휴대전화 번호만 입력하니 모니터 왼쪽에 닫혀있던 입구가 열렸다.
내용물과 라벨이 깨끗이 제거된 투명 패트병과 모양이 크게 찌그러지지 않은 캔이 회수 대상이다. 테이크아웃 투명 컵과 많이 찌그러진 캔은 자동 분리 과정에서 걸러져 ‘회수 불가’ 표시가 떴다.
챙겨 온 쓰레기를 기기에 넣자 ‘우지직’ 폐기물을 압축하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개발사인 ‘수퍼빈’ 애플리케이션에 60포인트(1포인트당 1원)가 적립됐다.
대부분의 지역에선 투명 페트병과 캔만 투입이 가능하지만, 충남 아산에는 배달 포장용기(PP소재 뚜껑) 전용 순환자원 회수로봇이 새로 설치됐다. 하루 적립 가능한 자원 투입개수는 기기마다 상이한데 헛걸음을 줄이기 위해선 앱을 통해 회수 ‘가능’ ‘꽉참’ ‘고장’인지 확인하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가방과 카트 등에 쓰레기를 모아 회수로봇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30대 주부 이모씨는 “집 근처에 배출함이 있어 종종 방문한다. 걷기 운동을 하면서 쓰레기도 처리하고 용돈도 벌고 좋다”고 했다.
비슷한 자원순환 회수 플랫폼인 ‘오늘의 분리수거’도 있다. 내용물이 깨끗하게 비워진 캔이나 페트병, 종이팩, 일회용커피컵 등을 분리배출하면 포인트를 받아 ‘오분쇼핑’에서 우유, 피자 등을 살 수 있다.
다만 두 플랫폼 모두 아직 설치되지 않은 지역들이 많다. 활성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지역에 설치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헌 옷이나 안보는 책 등 쓰지 않는 물건을 기부하고 세액 공제를 받는 쓰테크 방법도 있다.
‘아름다운 가게’나 ‘굿윌스토어’ 등 비영리공익재단에 물품을 기증한 뒤 받은 기부금 영수증을 활용해 세액공제를 받는 방식이다. 기증 가능한 물품을 확인 한 뒤 단체에 기부하면 기증 받은 곳에서 기부 인정 금액을 산정한다. 지점에 직접 방문해 기부할 수 있고 지역과 기증 물품 수량에 따라 택배 수거, 방문수거도 가능하다.
아름다운가게는 기부물품을 판매해 그 수익금을 소외된 이웃을 위해 사용한다. 굿윌스토어 역시 기증 물건을 판매해 장애 근로자의 급여로 지급한다. 이 때문에 기증 가능한 물품은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는 깨끗한 상태의 것이 좋다. 기자도 매년 아이들이 쓰지 않는 물건을 기부해 세액 공제받았다.
주부 박모씨(40)는 “아이들이 금방 자라 못 입게 된 옷이나 유아책, 인형 등 깨끗해서 버리기 아까운 경우가 많다”며 “안 쓴다고 버리면 전부 쓰레기지만 기부하면 세액 공제도 받고 좋은 일도 해 일석이조다. 기부를 시작한 이후 아이들도 물건을 더 깨끗이 사용하고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